[기고-최봉현] 문화산업이 미래다

입력 2014-01-07 01:33


요즘은 한류에 관한 뉴스를 접하고도 그다지 놀랍지 않다. 아마 그간 너무 자주 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재작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세계적인 히트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프랑스 등 몇몇 나라에서는 K팝 애호가들이 자국에서 공연을 해 달라고 플래시몹을 벌이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아시아권 국가로 여행을 하면서는 TV에서 한국 드라마나 뮤직비디오를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심지어 중동이나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한국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에 놀라워하기도 한다.

한류 소식은 이제 뉴스에서만 접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봄 필자가 싱가포르 시내에서 상가에 진열된 상품을 잠시 둘러보고 있는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점원이 말을 걸어왔다. 특별히 찾는 물건이 있느냐는 의례적인 질문에 이어서 한국에서 왔는지 물었다. 그렇다고 답하자, 그녀는 환한 미소를 띠며 자기가 빅뱅의 팬이라며 반가워했다. 그리고 그녀는 지난 연말에 빅뱅의 콘서트에 가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 방콕 공항에서 만난 20대 초반의 안내원이 우리말로 해주는 안내가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여 몇 마디 대화를 나눠보았다. 그녀 역시 K팝 팬이었고,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한류가 해외에서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콘텐츠 수출액이 51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수출을 주도하는 장르는 역시 게임으로 29억 달러였고, 2011년 1억9000만 달러이던 음악 수출도 2억7000만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 문화상품 수출에는 결코 금액만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내재해 있다. 드라마 한 편을 100만원에 수출했다면 그 드라마 방영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될 여러 가지 효과는 결코 돈으로 측정하지 못한다. 우리 영화가 지금처럼 잘 만들어지지 않던 시절 사람들은 어릴 적 본 영화의 감동적인 장면을 평생 잊지 못한다. 문화는 몸에 배고, 머리에 배며, 무의식에 배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 한국 음악, 한국 드라마를 접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오래갈 것이다. 한때 서양에서 이탈리아 여행을 필생의 꿈으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국 방문을 동경하는 시절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뉴스로 보면 지구촌 곳곳에서 한류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 한류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었다. 이제 세계 시장으로 작은 걸음마를 내딛은 것에 불과하다. K팝, 게임, 애니메이션 등 문화적 할인이 적은 분야도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를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K팝을 좋아해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즐길 수는 있지만 음반 가게에서 한국 뮤지션의 앨범을 살 수 있는 외국은 일본 정도가 아닐까 싶다.

문화적 파급효과는 크지만 직접적인 수익 창출이 용이하지 않은 콘텐츠는 무상원조 방식의 해외 배포를 늘려가야 한다. 인구 규모가 작고, 소득 수준이 낮은 개도국들은 자체적인 콘텐츠 제작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해외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무상 배포가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제 정부도 본격적인 한류시대를 열기 위해 과감한 문화 투자에 나서야 할 시점이 됐다. 전용 공연장이나 고급 콘텐츠로 무장한 체험관 등 한류 팬들을 한국으로 이끄는 인프라도 만들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겨울연가’를 보고 한국을 찾는 해외 팬들이 배용준씨 초상 옆에서 사진 촬영하는 것으로 만족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봉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