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하나님 나라를 이루라

입력 2014-01-07 01:32


누가복음 17장 20∼21절

유토피아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흔히 이상향이라고 번역되지만 원래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그리스어 합성어인데 ‘아무 데도 없는 곳’이란 뜻입니다. ‘피터팬’에 나오는 네버랜드와 같은 뜻입니다. 결코 없는 땅, 그러니까 인간의 현실 속에서는 찾을 수 없는 그런 곳을 말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예비해 주신 하나님 나라는 이상향과는 다른 나라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때때로 하늘나라, 천국 등으로 표현하는데 뉘앙스 차이가 있지만 모두 같은 말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찾을 수 없지만 분명히 우리 안에 있다고 예수님은 선포하셨고 장차 우리가 갈 나라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성도들이 하나님이 예비해 두신, 아니 이미 주신 천국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삶에 화평이 없고 세상을 향해 갈증을 토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모르는 비신자들이야 그렇다 치고, 문제는 믿는 성도들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많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천국이 어떤 나라인지 잘 몰라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하면 성경적인 천국의 개념을 부분적으로만 이해하거나 오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오해의 핵심은 천국을 ‘미래의 나라’로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하나님 나라, 천국은 장차 들어갈 미래의 나라일 뿐만 아니라 오늘 현재 순간순간 느끼고 체험하고 누릴 수 있는 현재의 나라라고 말씀합니다. 그래서 바리새파 사람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언제 옵니까?”라고 예수님께 물었을 때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고 선포하셨고, 빌라도에게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요 18:36).

그래서 예수님은 기도를 가르치면서 “나라가 임하옵시며”라고 합니다. 이는 그 나라가 지금 이 땅에 드러나게 해 달라는 기도입니다. 성취된 하나님의 나라가 나를 통해서 이 땅에, 그리고 우리 안에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기도입니다.

우리는 항상 내 영혼, 내 삶의 현장 속에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그리스도인은 이중국적자입니다. 하나의 국적은 여권에 찍혀 있는 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영원한 하나님 나라입니다. 우리는 두 개의 국적 중에서 영원한 나라인 하나님 나라 시민으로 충성하며 살아야 합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에 대해 배우는 학습장입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교회에서조차 하나님 나라에 대해 침묵하고 땅의 나라에서 승리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삶을 실습하는 현장이 돼야 합니다. 때론 외롭고 힘든 나그네 길을 가는 사람이 길벗을 만나는 것은 얼마나 큰 위안이고 힘인지 모릅니다. 교회는 나그네들이 서로 친구가 되어 함께 길을 걷는 ‘나그네 공동체’입니다. 교회는 또한 하나님 나라가 어떤 곳인지를 세상에 보여주는 곳이 돼야 합니다.

성도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고 누리며 살아야 할 존재입니다.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누리지 못하는 성도는 미래의 하나님 나라의 누림이 어렵습니다. 2014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고 기대하며 누리는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정병갑 목사 (일산신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