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박철] 한국정치의 更張 원년이 되길
입력 2014-01-07 01:44
“산업화와 민주화 주역 모두가 승자… 두 세력이 협력하고 상호 보완해야”
2014년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대한민국의 지난해 수출 총액은 5597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리고 무역 흑자만 442억 달러를 달성했다. 세계 무역고 8위, 월드컵 축구 8회 연속 출전, 런던올림픽 5위, 삼성 스마트폰 세계 1위,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인들이 가장 주목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나 남북한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은 자신의 고모부 장성택을 잔인하게 처형했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신사 참배로 대일본 국민적 감정이 악화되고 있다. 동북아에서의 미국과 중국 G2의 패권경쟁은 점점 표면화되고 있다. 이렇게 한·중·일 삼국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미묘한 분위기로 돌아가고 있다. 또다시 갑오년, 대한민국의 외교가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국내 정치는 어떠한가. 국정원 댓글사건, 철도노조 파업 등으로 일년 내내 어수선했다. 국회는 2년째 예산안을 해 넘겨 어렵게 처리하면서 국민의 불신을 사고 있다.
갑오개혁이 일어났던 120년 전 1894년의 국제정세와 비교하면서 올해 갑오년의 현실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왔다. 역사를 올바로 직시하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역사는 반복된다. 물론 그때에 비해 지금 우리의 경제여건과 외교력이 크게 다르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의 슈퍼 경제력과 군사력, 미국의 역할 등이 각기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어떻게 움직일지 잘 주목해야 한다. 박근혜정부는 예리하고 현명한 외교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120년 전 우리 정치권은 친일파, 친청파로 나뉘어 서로 싸우다가 주권을 잃고 조선왕조의 멸망을 자초하였다. 오늘날 우리 경제는 선진화했지만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의 국민적 갈등과 분열은 1세기 전에 비해 크게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여야의 갈등과 정쟁, 노조 파업, 촛불시위 등 극한 투쟁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언론은 매일 야당과 여당의 갈등과 싸움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다보니 일반 서민들의 눈에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어 보인다. 대한민국이 얼마나 잘 살고 있으며 세계의 사람들이 우리를 부러워하는지 무감각하다. 연봉 5000만원 이상을 받는 노조원들의 파업과 365일 내내 정쟁을 일삼는 여의도 국회를 바라보면 우리는 만년 후진국같이 느껴진다.
우리는 70년대부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리고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통해 민주적 정권 이양의 전통을 굳건히 세웠다.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 세력 모두 국가와 민족을 위해 진정한 애국심을 발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한국을 이끌어가는 정치 지도자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한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근자의 정치적 혼란은 민주화와 산업화의 주역들이 자신의 공적만을 내세우고 주장하는 데서 발생하는 것 같다. 누구의 공적이 더 큰지 승부를 가리려는 노력은 불필요하다. 모두가 승자였다.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두 세력 모두가 협력하고 상호 보완해야 한다.
국정원 댓글사건을 빌미로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1년 동안 발목잡혔다. 아마 6월 지방선거까지 끌고 갈 모양이다. 대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선택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다. 많은 국민들은 세계 8위 경제대국에 걸맞은 선진국형 토론 정치를 기대한다. 법안의 내용이 아닌 발의한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무조건 반대하는 흑백논리의 정치를 원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민생관련 법을 만들기 위해 연중무휴로 열려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올해는 진정한 민주정치를 위한 개혁의 기점이 돼야 한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국가경제 발전과 남북 통일을 위해 국정에 전념하도록 여야가 협조해야 한다.
민생과 국가안보를 위해 때로는 협력하는 성숙한 정치를 보여주는 새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세계 무역 8위, 페어플레이로 올림픽 5위를 달성한 대한민국! 역동성의 상징인 청말의 해 2014년이 한국정치의 경장(更張) 원년 갑오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철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