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정위 과징금’ 법원서 작년 87% 취소

입력 2014-01-06 02:21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중 지난해 서울고법 판결로 취소된 비율이 87%에 달하는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기업들은 공정위 고위직 출신 및 현직 자문위원 변호인들을 선임해 소송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처분에 불복한 기업 중 지난해 서울고법에서 선고가 내려진 곳은 모두 21곳이었다. 7개 기업이 승소했고 14곳은 패소했다. 승소율은 높지 않으나 금액만 놓고 보면 과징금 3131억여원 중 모두 2721억여원이 취소됐다. 부과된 과징금 중 86.9% 정도가 취소된 셈이다. 공정위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은 모두 서울고법에서 1심을 맡았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8월 공정위가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에 각각 부과한 과징금 1356억원과 754억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SK이노베이션 등이 주유소 유치 경쟁을 자제하자고 담합했다며 2011년 5월 과징금을 부과했다. 같은 법원은 또 공정위가 예정이율 인하 합의를 적발해 한화생명 등 보험사 3곳에 부과한 과징금 550억여원도 지난해 7월 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담합으로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기업들이 공정위와의 주요 소송에서 승소하는 데는 대형 로펌에 소속된 공정위 고위직 출신 및 전현직 자문위원들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송을 낸 기업 21곳 중 20곳이 김앤장, 태평양, 광장 등 대형 로펌을 선택했다. 승소한 기업 7곳 중 6곳은 공정위와 인연이 있는 변호사들에게 변론을 맡겼다. 공정위에서 정책국장을 맡았던 고위직 인사를 비롯해 전직 공정위 협력심판담당관(4급 공무원)과 전직 사무관 등이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공정위 전현직 자문위원과 외부 전문가들도 기업 15곳에서 변호를 맡았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