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 헤매던 칠삭둥이 쌍둥이, 9년만에 報恩 선물 “우리가 희망의 증거… 포기하지 마세요”
입력 2014-01-06 01:44
2004년 12월 15일 성탄절을 열흘 앞두고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최예원·예인 쌍둥이 자매가 ‘칠삭둥이’로 태어났다. 예원양의 몸무게는 1.16㎏, 예인양은 1.19㎏. 둘을 합해 보통 신생아 한 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조산아 자매는 부모 품에 안겨보지도 못한 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인공호흡기와 주사제에 의존해 겨우 생명을 이어갔다.
태어나자마자 생사를 오가는 자매를 보며 부모는 억장이 무너졌다. 예원양은 뇌수종 2기 진단을 받았다. 병이 3기로 악화돼 수술을 받으면 생명만 유지한 채 누워서 평생을 보내야 할 처지였다. 예인양은 모유 수유 도중 호흡 곤란이 찾아와 뇌 손상을 얻었다. 아기들이 세상을 떠날까, 치유할 수 없는 장애를 안게 될까 매시간 부모는 마음을 졸였다. 같은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기들이 하나둘 세상을 등질 때 부부는 같은 운명이 쌍둥이 자매에게도 닥칠까 두려움에 떨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부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일찍 세상에 나와 어머니의 체온과 심장 박동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자매를 위해 매일 병원을 찾아 유리벽 너머로나마 부모의 사랑을 전했다.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려고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간호사들에게 커피를 전하며 응원했다. 3개월 넘는 고통의 시간 끝에 마침내 기적이 일어났다. 자매는 기력을 회복하고 몸무게도 부쩍 늘었다. 악화될 줄만 알았던 예원양의 병은 놀랍게도 자연 치유됐다. 이들은 생후 103일 만에 중환자실을 떠나 부모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성탄절인 지난달 25일 쌍둥이 자매가 부모 최용호(40)씨 부부와 함께 9년 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인터폰 화면으로 부부의 얼굴을 본 김승남 간호사는 단번에 이들을 알아봤다. 그는 당시 자매가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맬 때도 이곳에서 근무했다. 뜻밖의 만남에 부부와 김씨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부부의 손에는 배냇저고리 다섯 벌이 들려 있었다. 병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자란 자매를 보며 비슷한 처지의 부모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이들은 병원에 옷을 전달했다.
자매는 이제 열 살로 초등학교 3학년이 된다. 여느 아이들처럼 해맑은 개구쟁이들이다. 투병 생활의 후유증으로 예원양은 시력이 많이 나쁘고 예인양은 걸음걸이가 불편해 걸핏하면 넘어진다. 하지만 부부는 감사할 따름이다. 최씨는 “입원 기간 차가운 병실에 아기들을 두고 와서 따뜻한 잠자리에 들었던 게 마음에 걸려 지금도 더 많이 사랑해주려 한다”며 “아이들이 아픔을 이겨내고 해맑게 성장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