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무역업체 이메일 해킹 기승

입력 2014-01-06 02:28

중소 무역업체의 이메일을 해킹해 거래처 정보를 빼낸 뒤 결제 대금을 가로채는 무역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은 5일 “지난해에만 47건이 발생해 모두 41억원 피해를 입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사기범들은 주로 해외 거래처를 가장해 이메일을 보내면서 입금 계좌가 변경됐다고 속여 돈을 가로챘다. 지난해 10월 나이지리아 해킹 조직과 공모한 일당은 세제 원료를 수출입하는 리비아 회사의 이메일 계정을 해킹으로 알아냈다. 이 계정으로 국내 거래 업체에 가짜 이메일을 보내 거래대금 3000만원을 가로챘다. 8월에도 국내 의류업체 이메일을 해킹한 뒤 러시아 거래처라고 속여 6400만원을 받아낸 사기꾼들이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업체들은 대금을 정상적으로 송금한 줄 알았다가 나중에 대금 결제를 독촉 받고서야 피해를 인지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입금계좌 변동 내용이 들어있는 이메일을 받으면 전화·팩스 등으로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지난해 말 2개월간 실시한 ‘악성 사기범’ 집중 단속에서 모두 557명이 붙잡혀 172명이 구속됐다. 지난해 11월 검거된 한 사기범은 은행 직원이라고 속이고 저금리 대출을 해준다며 650명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5억1800여만원을 가로챘다. 경기도 파주의 한 공장 작업반장은 부하직원들에게 “어머니 암 수술비를 빌려주면 인사고과를 잘 주겠다”고 속여 9억4000여만원을 빌린 뒤 도박자금으로 탕진했다.

이 같은 사기 피해자는 6707명, 피해액은 3650억원에 달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