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위대-경찰 충돌로 최소 17명 숨져

입력 2014-01-06 01:28

이집트 전역에서 3일(현지시간) 벌어진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최소 17명이 숨졌다고 일간 알아흐람 등 현지 언론이 4일 보도했다. 당초 한 자릿수로 집계됐던 사망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 보건부는 수도 카이로에서 10명이 숨졌고 알렉산드리아·이스마일리야·페이윰 등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했다고 밝혔다. 같은 상황에서 최소 28명이 숨진 지난해 10월 6일 이래 최악의 유혈 사태다.

이번 충돌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슬람 세력이 전날 전국의 주요 거리로 나와 대규모 군부 반대 시위를 벌이면서 촉발됐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시위 참가자들은 돌을 던지고 타이어와 차량에 불을 지르며 저항했다.

이슬람 세력은 군부 지원을 받는 과도정부가 지난달 25일 무르시의 지지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뒤 연일 반군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지난달 24일 북부 만수르에서 발생한 경찰본부 폭탄 테러의 배후로 무슬림형제단을 지목했다.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하는 카타르 외무부는 성명에서 “시위를 테러 행위로 단정하는 건 평화시위를 중단하는 데는 무익하다”며 “그 대신 시위대를 사살하는 정책을 재현하는 전주곡이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것도 비난했다.

이집트 외교부 압델라티 대변인은 “이집트 정부는 어떤 외세가 무슨 구실을 내세우든 내정에 간섭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며 경고했다. 외교부는 카이로 주재 카타르 대사를 불러 카타르 외무부의 성명에 반박하는 등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