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립박수 받고 떠나는 버냉키
입력 2014-01-06 01:29
미국경제학회(AEA) 연차총회는 세계 경제학계의 가장 중요한 학술행사 가운데 하나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학자들이 모여 수백 편의 논문을 발표·토론하고 교류의 기회를 갖는다. 3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2014년 AEA 총회 첫날 벤 버냉키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조연설을 했다. 1월 말 임기가 끝나는 버냉키 의장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공식연설이었다.
그는 8년간의 중앙은행장 재직 기간에 일어났던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리세션(경기후퇴) 등을 되짚은 뒤 향후 과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 전망이 한층 밝다”면서도 “경제 및 재정위기에서 벗어나 완전한 경기 회복을 견인하려면 더 많은 조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양적완화 규모 축소 결정을 경기부양 기조가 더는 불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준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심대한 도전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데 대한 안도와 자신감이 묻어나는 연설이었다.
버냉키 의장의 연설이 끝나자 수백명의 경제학자들이 모두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제2의 대공황으로 이어질 뻔했던 금융위기를 막아낸 ‘경제학 고수’에 대한 찬사와 축하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워싱턴포스트는 4일 버냉키 의장이 자신에게 쏠리는 각광을 극구 사양하지만 역사교과서에서 그는 성공한 연준 의장으로 기록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교수는 “일부에서는 버냉키 의장이 이끄는 연준이 2008년 금융위기를 예방하지 못한 채 뒤늦게 위기 수습에 나섰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버냉키가 없었다면 상황은 악화됐을 것이다”라고 칭찬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