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반군끼리 총부리… 머나먼 내전 종식
입력 2014-01-06 01:28
시리아 정부군에 대해 3년 가까이 내전을 벌이고 있는 반군 세력들이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상황에 이르렀다. 제각기 성향은 다르지만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축출이라는 공동의 목적 아래 뭉쳤던 이들이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깊은 갈등 속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시리아 반군은 4일(현지시간) 북부 알레포와 이들리브 등에서 또 다른 반군 세력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와 교전을 벌여 ISIL 조직원 36명을 사살하고 100여명을 체포했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밝혔다. 이날 교전으로 민간인 수십 명도 다쳤다. ISIL을 공격한 반군은 자유시리아군(FSA)과 이슬람전선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교전은 ISIL이 최근 반군 소속 의사 아부 라이안을 체포해 고문하고 살해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들은 지난해 7월에도 알레포의 한 검문소를 서로 차지하겠다며 충돌한 바 있다.
반군 세력은 알카에다 연계 조직, 세속주의 세력, 온건 이슬람주의 세력, 쿠르드족 반군 등 4대 세력으로 구성돼 있다. ISIL은 알카에다와 연계한 반군 조직으로 민간인을 무차별 강탈하는 등 잔혹한 행위를 일삼아 비난을 받아왔다. FSA는 종교가 정치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세속주의 세력이고, 이슬람전선은 온건 이슬람주의 세력이다.
FSA의 루아이 메크다드 대변인은 ISIL에 대해 “시리아 혁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ISIL과의 교전에서 함께 손을 잡은 FSA와 이슬람전선의 연맹도 언제 갈라설지 모르는 상태다. FSA는 종교가 정치까지 지배하는 것을 원치 않지만 이슬람전선은 이슬람주의가 통치이념이 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 이슬람전선은 지난달 북부 바브 알 하와에서 FSA의 주요 기지와 무기창고를 탈취했다.
쿠르드족도 다른 반군 세력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쿠르드족은 최근 반군의 주요 무기 보급로였던 북동부 알하사카주 탈하미스 마을을 점령했다. 이들은 자치정부 수립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정부군뿐 아니라 반군과도 수차례 교전을 벌여왔다. 반정부 연합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의 칼리드 살레 대변인은 이날 “쿠르드족은 시리아 혁명의 적”이라고 비판하며 FSA에 탈하미스 마을을 탈환할 것을 촉구했다. SNC가 쿠르드족을 적으로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군 간 교전이 잇따르면서 22일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인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국제 회담도 성과를 얻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SNC의 최대 세력인 시리아국민위원회도 이 회담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시리아 북부지역에서 국제 의료구호 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 소속 의료진 5명이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만다 마우린 MSF 대변인은 “소속 의료진 5명이 2일 밤 시리아 북부 숙소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됐다”고 밝혔다. 이들을 납치한 단체의 정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에도 국제적십자위원회 직원 7명이 납치될 당시 시리아의 한 비정부기구는 ISIL을 납치의 배후로 지목한 바 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