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안에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담겨있다… KBS 대기획 ‘색, 네 개의 욕망’

입력 2014-01-06 01:31


인간의 망막세포는 빨강, 파랑, 초록색만을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세포가 얼마만큼의 자극을 받았는지에 따라 인간은 수 만 가지의 색깔을 느낄 수 있다. ‘빛의 삼원색’인 빨강, 파랑, 초록색과 이 세 가지 색을 합쳤을 때 나오는 하얀색을 인간의 욕망으로 표현한 다큐멘터리가 시청자들을 찾는다. 오는 10일 밤 10시부터 4주간 같은 시간에 방송되는 KBS 1TV 글로벌 대기획 ‘색(色)_네 개의 욕망’은 우리가 보고 만들고 사용하는 색 안에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담겨있다는 이야기를 화려한 색깔의 피사체로 투영시킨다. 이 작품은 30여 개국을 돌며 총 제작기간 2년,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완성한 한 편의 인류학 보고서다.

1부 ‘파랑, 구원의 기도’ 편에선 청금석을 캐는 아프가니스탄 바다크샨 지역의 압둘 하미드(42)씨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총을 들지 않으려면 작업 도구를 들 수밖에 없다”며 매일 동굴에 들어가 파랑 염료 청금석을 캔다. 청금석은 1㎏에 1500만원이나 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염료. 이들에게 파랑색은 희망이다. 태국의 승려 앗타굿토(44)씨는 하늘이 가장 파란 시간, 하루도 빠짐없이 산에 올라 하늘을 향해 기도한다. 파랑색의 하늘은 하루 1시간 30분만 얼굴을 내민다. 제작진은 하늘과 그 곳을 나는 박쥐 떼, 앗타굿토씨가 등장하는 한 컷을 찍기 위해 10여일 이상 같은 장소에서 촬영을 시도했다고 한다.

2부 ‘빨강, 불멸의 마법’ 편에는 세계 최초로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 섬 야파르(Yafar) 부족이 등장한다. 빨강을 에너지와 생명으로 여기는 이들은 사냥을 나가기 전 자신들의 몸은 물론 사냥개에게도 붉은 색을 칠한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KBS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종석 PD는 “(야파르 부족은) 비행기를 3번 갈아타고 마을까지 하루를 더 걸어야 갈 수 있는 오지였다”며 “인류학자의 보고서에 담겨있던 이 부족 사람들을 처음으로 화면에 담게 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일부 장면이 기존 HD(High Definition) 촬영기법보다 4배 더 선명한 UHD(Ultra HD) TV용 4K 해상도로 촬영됐다. 때문에 갑절의 시간과 예산이 필요했고 촬영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해 5배나 큰 디스크 용량이 사용됐다고 한다. UHD 상용화가 늦어져 화질을 낮춰 방영할 수밖에 없지만 HD보다 뛰어난 색의 표현력과 질감은 일반 화면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3부에선 저주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초록, 소유의 괴물’ 편이, 4부에선 일본의 게이샤 등을 통해 미(美)를 향한 욕망을 그린 ‘하양, 탐미의 가면’ 편이 차례로 방송된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