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채동욱 사태에 국가기관 총동원된 것 맞나

입력 2014-01-06 01:27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군의 개인정보 불법유출 과정에 국가기관이 대거 동원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채군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직원이 연루된 국가기관이 청와대, 국가정보원, 서초구청, 강남교육지원청, 초등학교 등이라는 의혹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시민단체가 채군의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해 11월 하순 수사에 착수했다. 이때만 해도 국민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진두지휘하던 채 전 총장의 갑작스런 낙마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검찰이 관련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 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수사 결과는 국민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지난달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불법 열람·유출한 혐의로 청구한 조오영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과 조이제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이 “현재까지의 범죄혐의 소명 정도에 비춰볼 때 구속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사에 착수한 지 40일가량 됐고 여러 인사들을 소환조사했지만 국가기관들 사이의 역할 분담과 이번 사건을 총지휘한 ‘윗선’의 존재 여부가 오리무중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 직원이 유영환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을 통해 채군 학교생활기록부를 유출했다는 새로운 의혹까지 불거졌다. 국정원은 직원이 개인적으로 문의했으나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은 것 외에는 일절 관여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행여나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공무원의 개인적 일탈과 범죄로 축소·봉합하려는 생각을 추호도 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이 호기심이나 친분관계 때문에 범죄에 연루됐을 리가 없다. 도저히 무시할 수 없거나 잘되면 출셋길이 보장되는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의 관심과 사건의 파급성을 감안해 의혹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김진태 총장의 검찰조직마저 흔들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