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내은행, 해외시장 성공적으로 공략하려면… “외국계 은행과 동반 진출 모색해야”
입력 2014-01-06 01:53
올해 은행권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수익이 줄고 있으니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국내 은행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해외 사업으로 괄목할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사업 추진이 요구되며, 기존의 ‘각개약진’식 진출보다는 외국계 은행이나 국내 금융공기업과의 동반 진출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일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금융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경영체질 개선과 해외 진출 확대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과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도 신년사에서 해외 사업 비중 확대를 언급했다.
이날 해외 진출 소식도 들려왔다. 우리은행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 사우다라은행 지분 33% 인수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은 것.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에 110여개 점포를 보유한 사우다라은행 인수를 계기로 현지 서민과 소상공인을 상대로 한 소매영업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앞서 국내 금융당국은 해외 진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은행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줬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금융한류’ 계획을 보면 금융회사 해외점포 경영실태평가 유예기간이 연장됐고, 은행의 해외 은행지주사 인수가 허용됐으며 해외점포의 업무범위도 확대됐다.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은 외형상으로는 2009년 이후 매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내실 면에선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해외점포는 148개에 달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해외점포의 당기순이익은 2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5%나 줄었다. 은행의 현지화·국제화 수준을 나타내는 초국적화지수는 국내 은행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4.8%로 글로벌 은행 수준(25∼75%)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외국에서의 영업도 여전히 현지에 나간 한국기업을 상대하는 기업금융에 국한돼 있다. 또 국내 은행은 글로벌 은행에 비해 규모가 작아 자금조달 경쟁력이 낮다. 신한은행 중국법인 관계자는 “여건상 현지인이 한국계 은행을 제 발로 찾아오기가 쉽지 않고, 현지 기업과 거래를 트려면 ‘관시(關係·친분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난점을 극복하고 국내 은행이 해외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려면 무엇보다 기존 전략의 수정과 장기성과 위주의 경영이 요구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백종호 수석연구원은 “전통적인 진출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새 수익원 창출을 위한 글로벌 전략과 거리가 있으며, 과감한 투자와 도전적인 기업문화가 받아들여져야 해외진출이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은행 및 국내 금융공기업과의 공동 진출도 효과적인 해외 시장 공략 방안으로 제시됐다. 한국금융연구원 박해식 선임연구위원은 “자본력과 대외신인도가 높은 글로벌 은행과 함께 나가면 현지 우량은행 인수가 훨씬 쉬워지며, 현지의 한국기업 대상 영업에서 벗어나 현지인 상대 영업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저개발국에는 금융공기업과 함께 나가는 게 주효할 것”이라며 “금융인프라 수출로 현지 은행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면서 국내 은행이 영업에 나서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