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회를 위하여-학교 떠난 아이들을 품자] ①벼랑에 내몰린 아이들… 범죄소년 된 문재君 스토리

입력 2014-01-06 03:11


부모가 버리고 학교가 외면한 아이… 점점 범죄 늪으로

집에서 자는 어린이를 납치한 ‘나주 성폭행범’ 고종석,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 대낮에 초등학생을 끌고 간 김수철. 아이들의 절규 속에서 추악한 욕구를 채운 ‘괴물’들이다. 모두 어린시절에 부모가 죽거나 버림받았고 학대당한 경험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학교를 그만둔 김수철, 중학교 중퇴인 고종석, 고교 때 떠난 김길태, 모두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한 채 학교 밖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성인이 돼 막노동판과 교도소를 떠돌다 결국 사회에 비수를 꽂았다. 청소년들이 사회 안전망을 벗어나 더 흉악해진 존재로 추락하기 전에 아이들을 감싸안아야 한다. 가정과 학교가 바로 서도록 온 사회가 나서야 한다.

◇괴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문재(가명·18)는 이들과 흡사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었다. 고교 진학 직후인 지난해 3월 퇴학당한 문재는 ‘분노조절 장애’에 가까워보였다. 사소한 일에 쉽게 흥분해 폭력을 휘둘렀다. 화를 참아야 하는 이유조차 몰랐다. 타인의 고통에는 무감각한 반사회적 성향도 보였다.

“심심하면 때렸다. 짜증나는 애 있으면 뒷산에 묶어놓고 후련해질 때까지 두들겨 팼다. 이유 없이 화가 나 더 때릴 때도 있었다.” 어른들에게 걸리는 일은 없었다. 패거리는 집요하고 조직적으로 피해자 입단속을 했다.

갖가지 사고에 연루돼 학교를 들락거리던 문재는 친구에게 중상을 입힌 뒤 아예 학교에서 쫓겨났다. 오토바이 사고로 동승한 친구가 사망했고 문재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살인자’라고 비난한 옆반 아이의 얼굴을 교실 창문에 찧어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선배들이 산에 묻어버리자고 그랬는데 (내가) 그냥 때리고 끝낸 거다. 손가락질받으면 못 참는다.” 하지만 문재는 죽은 친구에게 오토바이를 몰도록 강요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길에 버려진 아이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문재의 첫 기억은 버려지는 순간이었다. 보육원의 낯선 이들에게 맡겨지는 자신의 모습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고 했다. 실제 기억인지, 이후에 보육원 사람들 이야기를 토대로 상상한 장면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래도 당시 느낌만은 생생하다. “과자 사준다면서 두 살 때 나를 길에 버리고 갔다. ….” 뼈에 사무친 것이 분노인지 복수심인지 그리움인지 호기심인지 문재는 혼란스러워했다.

초등학교는 경기도·인천의 보육원에서, 중학교는 친구 자취방에 얹혀살며 다녔다. 퇴학 후에는 인천에서 서울로, 경기도 시흥에서 충북 청주로 전국을 떠돌아다녔다. 학교 안에서의 일탈은 퇴학 후 본격적인 범죄로 이어졌다. 막노동과 택배일도 했지만 주로 휴대전화 절도와 금품 갈취로 생계를 해결했다.

한때 축구선수를 꿈꿨다. 이제는 하고 싶은 일도, 되고 싶은 것도 없어졌다. 외로움을 못 견디는 문재는 친구를 몰고 다닌다. 하지만 관계가 오래가지는 못했다. 친구들도 느닷없이 잔인해지고 쉽게 배신하는 문재를 오래 견디지 못했다. 얼마 전에는 서울의 친구들에게 술을 훔쳐오라고 시켰다가 친구들이 줄줄이 경찰에 잡혀가자 본인은 청주로 몸을 뺐다.

국민일보 취재팀과 문재는 지난해 9월 12일 길거리 아이들을 돌보는 한 목사의 소개로 서울 관악구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났다. 이후 지난 12월쯤에는 연락이 두절됐다. 문재를 소개해준 목사도 그가 현재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다.

특별취재팀=이영미 정승훈 이도경 김수현 정부경 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