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불굴의 패자 임현규… UFC 진수 보여주다
입력 2014-01-06 02:27
타렉 사피에딘(28·벨기에)의 오른발 로킥이 잇따라 임현규(29·코리안탑팀)의 왼쪽 허벅지를 강타했다. 마치 도끼로 거목을 찍어 때는 것 같았다. 임현규의 표정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러나 눈빛은 살아 있었다. 쓰러지고 또 쓰려졌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임현규는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사피에딘을 향해 끊임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4라운드 중반 임현규의 투혼에 감동한 관중이 그의 성인 ‘림(Lim)’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경기 종료 1분 20초 전 임현규는 머리에 하이킥을 맞았지만 쓰러지지 않고 더 때려 보라는 듯 포효했다. 임현규는 ‘막판 러시’로 사피에딘을 그로기 직전 상태까지 몰아붙였다. 팬들을 광란에 빠뜨린 멋진 한 판 승부였다.
한국 종합격투기의 차세대 대표주자 임현규는 지난 4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34 인 싱가포르’ 메인 이벤트에서 사피에딘에게 5라운드 전원일치 판정패했다. 임현규는 지난해 3월 치른 UFC 데뷔전과 8월 대회에서 잇따라 상대를 니킥으로 제압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웰터급 랭킹 12위이자 전 스트라이크포스 챔피언 사피에딘을 넘진 못했다. 하지만 불굴의 투혼은 싱가포르를 뜨겁게 달궜다. 임현규는 2라운드부터 여러 차례 로킥을 허용했다. 곧 포기할 것 같았던 임현규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의 투혼은 경기 막판에 빛났다. 마지막 힘을 짜낸 임현규는 안면 펀치와 니킥으로 사피에딘을 몰아붙였다. 사색이 된 사피에딘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시간만 더 있었더라면 경기가 뒤집힐 수도 있었다. 사피에딘과 임현규는 가장 재미있는 경기를 펼친 선수에게 주는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상과 상금 5만 달러(약 5300만원)를 받았다.
임현규가 코칭스태프의 부축을 받으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외신 기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임현규는 “꼭 승리하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경기 중에 내가 너무 흥분했다. 반면 사피에딘은 침착하게 경기 잘 풀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마크 피셔 UFC 아시아지부 대표는 “임현규는 전사이며 영웅이다. 그는 사자의 심장을 가졌다”라고 극찬했다. 한편, ‘미스터 퍼펙트’ 강경호(27·팀매드)는 밴텀급 경기에서 일본의 시미즈 순이치에게 3라운드 TKO승을 거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