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증시서 발 뺀 외국인 언제 돌아오나
입력 2014-01-06 01:45
‘청마(靑馬)’의 힘찬 질주를 바랐던 코스피가 새해 초부터 와르르 무너진 건 외국인이 발을 뺀 탓이다. 지난해 가을 무려 44거래일 동안 내리 주식을 사던 외국인은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한국을 등졌다. 증권업계마저 언제 외국인이 돌아올지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시작된 외국인 매도=새해 들어 외국인이 유별나게 주식을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11월부터 외국인은 매도세를 분명히 하고 있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장 순매수 기록이 끝난 지난해 10월 30일 이후 지난 3일까지 2조5441억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했다.
외국인 매도세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11월 말까지는 2156억원어치를 파는 데 그쳤지만 지난달에는 1조7028억원을 순매도했다. 심지어 지난달 외국인의 팔자세는 아시아 주요국에서 가장 강했다. 국제금융센터 자료를 보면 한국·대만·인도·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 등 7개국 중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우리나라가 16억8400만 달러로 가장 컸다. 태국(12억6100만 달러)보다 4억 달러 이상 많았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는 이틀 만에 6257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황급히 발을 빼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개인과 기관투자자는 여전히 주식을 사들이는 중이다. 개인과 기관은 지난해 10월 31일부터 최근까지 각각 5326억원, 3조3706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를 방어했다.
◇그들은 언제 돌아오나=우리나라 주식을 이끌던 외국인의 귀환이 언제일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말까지는 외국인 투자에 대해 “최고 14조원의 추가 매수여력이 있다”고 판단했었다. 특히 지난해 말 외국인 투자가 잠잠할 때도 연초부터 외국인이 돌아올 것이라고 분석하는 증권사가 대다수였다. 연초 예상이 모두 빗나간 이후에야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결국 외국인의 복귀는 환율 정상화와 경기회복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실적이 기대 이상일 경우 선진국으로 쏠리던 자금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선진시장과 신흥국 시장의 수익률 격차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오면 다시 신흥국으로의 자금 이동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덮친 악재가 당분간 이어져 외국인의 본격 귀환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가 되고 있는 엔화의 경우 오는 4월 일본이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있어 추가 부양책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일본간 통화정책 차별화와 금리차이 등의 문제로 1분기 중 추가적으로 엔화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2∼3분기 중에는 약세기조가 다소 주춤하겠지만 4분기에 다시 엔저 현상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 흐름과 연동돼 있는 아시아 신흥국들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이다. 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신흥국은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 규모를 늘리면서 자금이탈이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도 그림자금융(은행과 같은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들의 금융거래)을 잡으면서 경기부양까지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중국 금융시장 불안과 금리상승 리스크는 최소한 상반기까지 주기적으로 반복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낙수효과는 하반기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