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환율 시장] 원高엔低·환율변동성 확대… 실물경제 덮칠까 ‘촉각’
입력 2014-01-06 01:45
연초부터 환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2일 장중이지만 심리적 지지선인 원·달러 환율 1050선과 원·엔 환율 1000선이 동시에 무너졌다. 원고·엔저 현상과 환율 변동성 확대가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이 아니라 연중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단기적 대응을 자제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때를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새해 벽두 환율쇼크=지난 한 해 달러화에 대한 엔화 대한 가치는 21.4%나 떨어졌다. 역대 최대 절하 폭이다. 반면 원화 가치는 1년 새 1.4% 상승했다. 이 같은 원고·엔저 현상은 올해도 예상되고 있다. 무제한적으로 엔화를 찍어내 경기를 되살리겠다는 일본의 아베노믹스 기조에 변화가 없고, 미국은 풀었던 달러를 회수하는 양적완화 축소에 나섰다. 대내적으로는 지난해 무역흑자가 442억 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했고 외환보유액도 3450억 달러(지난해 말 기준)로 5개월 연속 사상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5일 “여러 환경을 감안하면 당연한 현상이지만 연초부터 가파른 원고·엔저 현상이 일어나면서 시장에 충격으로 다가온 듯하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원고·엔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자의 취임 이후인 3∼4월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면 달러 강세와 엔저가 심해질 것”이라며 “엔·달러 환율이 상반기 중 달러당 115엔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원·달러 환율이 1045원으로 떨어지고 원·엔 환율도 100엔당 900원대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환율 변동성 확대 요인 줄줄이 대기=올해 세계 금융시장은 곳곳이 지뢰밭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는 한편 오는 2월에는 미 정부의 채무한도 적용 유예가 만료된다. 지난해 16일간의 ‘셧다운(정부 폐쇄)의 악몽’이 되살아날 우려가 있다. 일본 역시 4월 소비세 인상 영향으로 아베노믹스 회의론이 부각될 수 있다. 중국은 구조개혁과 긴축정책 등으로 신용경색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으로 넘어가면 재정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1월 스페인, 6월 포르투갈 등 구제금융이 종료된 이후의 시나리오는 예측불가다.
이런 환경들이 환율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고 심화시킬 경우 실물 경제로 전이돼 경제 성장이 둔화될 우려가 있다. 단순히 엔저 현상만 가지고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만 걱정하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 식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원화와 엔화가 직접 거래되는 시장이 없는 만큼 엔저 현상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대응할 수단이 없다”며 “기업들에게 솔직히 엔저 현상의 실체를 알려주고 미리 준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환당국, “섣불리 나설 때 아니다”=정부는 연초부터 불어 닥친 환율 리스크에 대해 정밀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정부는 원고·엔저 현상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외국인 자금의 이탈 등에 따른 주식·외환시장 변동성 확대가 투기 세력 가세로 변질될 수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외환·주식시장에서의 흐름과 외국인 투자자금 동향을 면밀히 분석 중”이라며 “단기대응책은 현재로서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변동성 확대가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시장 동향과 자본 유·출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연내 거시건전성 조치의 탄력적 운용, 상황별 대응계획(Contingency Plan) 보완, 외채구조 개선 등 대외부문 건전성 제고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또 국내 풍부한 외화유동성을 활용해 외화용 김치본드(국내발행 외화표시 채권) 발행 등으로 공기업 외화 조달 시 일정부분을 국내에서 조달토록 했다.
엔저 현상에 대해서는 정부 내부적으로 지난해보다는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엔저 현상은 경상수지 흑자 등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그래도 지난해와 같은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백상진 기자, 박은애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