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한국교회 2014] ③ 신학과 이단대처

입력 2014-01-05 17:45 수정 2014-01-06 09:55


신학은 교회의 나침반… 사회적 문제 침묵 말라

교회는 단순히 예배당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그를 신뢰하며 사는 하나님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런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것이 신학이다. 칼 바르트의 지적처럼 ‘신학은 교회를 위한 교회의 학문’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신학은 교회가 교회되도록 봉사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한국교회는 재정문제, 후임자 청빙, 교권다툼 등으로 사회적 비판거리가 되고 있다. 이것은 1차적으로 목회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으나 본질적으로 신학의 빈곤, 건전하지 못한 교회론에서 기인한다. 2014년을 맞은 한국교회 신학의 과제 역시 이런 문제들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김영욱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총장은 “신학의 궁극적 목적은 교회의 현실과 목회 방향을 교정시키고 교회가 바른 길을 갈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신학계가 목회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책임한 이론과 지적을 남발해 교회에 해를 끼쳐서도 안 되지만 무작정 교권에 예속돼 시녀노릇을 해서도 안 된다”고 충고했다.



이처럼 교회의 ‘나침반’이라 할 수 있는 신학은 2014년 현재 신뢰도가 추락하는 한국교회 현실을 진단·분석하고 나아가 대안을 제시할 것을 요청받고 있다. 또한 사회를 떠난 교회가 존재할 수 없듯 경제적 양극화, 진보와 보수의 극단적 이념대립 등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신학이 사회 현상에 침묵할 때 교회에 위기가 닥쳐온다는 것은 독일 국가교회(Deutschechristen)가 잘 말해준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교회는 히틀러의 침략전쟁에 동조했으며, 600만명의 유대인 학살에 침묵했다. 신학이 자기존재 증명을 하지 않고 교회 또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못할 때 어떤 비극이 초래되는 지를 입증한 셈이다.



유석성 서울신대 총장은 “교회는 사회와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시대 문제를 풀어야 할 사명이 있다. 사회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교회문제도 풀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면서 “따라서 신학은 교회를 위한 학문을 뛰어넘어 민족과 세계를 위한 학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잃은 것은 사랑을 통한 나눔과 섬김이라는 교회 본래적 기능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신학계는 침체기 혹은 정체기를 겪고 있는 한국교회를 진단하고 그에 따른 바른 처방전을 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교회는 지난해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를 통해 전세계 교회가 직면한 빈곤과 폭력, 정의, 중동의 평화 문제 등을 살펴봤다. 부산총회는 한국교회가 특정 지역이나 교파를 뛰어넘어 시대적 사명인 지구촌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존을 위해 힘을 합치고 하나가 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확인토록 했다. 이것은 ‘다양성 속 일치’로 축약된다.

박성원 전 영남신대 석좌교수는 “WCC 부산총회는 신학적으로 국가와 인류, 인간의 삶 속에서 하나님이 어떤 뜻을 실현하시고자 하는지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면서 “한국교회가 글로벌 교회로 도약하기 위해선 성장일변도, 개 교회 중심, 자기 교파 중심, 한국 중심의 선교·전도라는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보다 겸손하게 온 우주, 온 세계 교회를 다스리시며 삶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학은 한국교회를 지키기 위한 파수꾼 역할도 요청받고 있다. 최근 한국교회를 위협하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이나 하나님의교회(안상홍증인회) 등 이단사이비 집단의 활개는 한국교회가 신학을 소홀히 하거나 소극적으로 접근한데 그 원인이 있다. 교회사적으로 이단의 극심한 공격에서 초대교회를 지켜낸 게 신학이었듯 신학을 통해 이단 집단을 비판하고 바른 교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그동안 신학자들은 이단문제를 거론하면 소송 등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에 침묵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단 예방을 위해 잘못된 종말론에 대한 변증, 피해자에 대한 재교육, 공동체적 회복을 위해 신학자들의 적극적인 연구와 참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