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야모야병 환자 매년 15%씩 늘었다… 원인도 증상도 치료법도 안갯속
입력 2014-01-06 01:28
속칭 ‘어린이 중풍’으로 불리는 모야모야병이 국내에서 지난 2004년 이후 연평균 약 15%씩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신경외과 나형균(사진) 교수는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내 주요 대학병원에 의뢰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모야모야병 환자 진료 추이를 추적 조사한 결과, 2008년 기준 국내 환자 수는 총 4517명으로, 2004년의 2539명에 비해 무려 77.9%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미국의 의학·과학서적 전문 출판사 팀(Thieme)이 최근 새로 출간한 영문판 ‘모야모야 병(Moyamoya Disease)’에 게재됐다. 이 책은 전 세계 뇌혈관질환 전공의들의 교재로 활용된다.
1969년 일본에서 처음 발견된 모야모야병은 뇌혈관이 일본말로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가는 모양’으로 변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 병에 걸리면 대뇌로 들어가는 양쪽 경동맥의 끝 부분이 점차 좁아지다가 종국에는 완전히 막히고, 그 주위로 비정상적인 혈관이 새로 자라며 뇌출혈과 뇌경색을 일으키게 된다.
그동안 이 병은 일본에서 주로 발생하고, 그 다음으로 중국과 한국 순으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 우리나라의 발생률도 일본 못잖은 수준으로 증가해 역학조사 실시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결과 우리나라에서 모야모야병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04년 2539명에서 2008년 4517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도 2004년 5.2명꼴에서 2008년 9.1명으로 4년 사이 배 가까이 늘었다(그래프 참조). 2008년 한 해 동안 새로 발견된 환자 수는 466명이었다.
1994년 인구 10만 명당 환자수가 3.16명이던 일본은 이미 2003년에 인구 10만 명당 6.03명의 발생률을 기록했다. 나 교수는 “같은 기간 자료가 없어 정확한 비교가 어렵지만, 우리나라도 일본의 증가 추세를 바짝 뒤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렇듯 모야모야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나 아직도 정확한 발병원인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예방이 어려워 임시방편으로 막힌 혈관을 뚫어주고 뇌출혈 시 혈종을 제거해주는 대증 수술에 의존하고 있다.
나 교수는 “그래도 일찍 발견하면 뇌혈관 성형 수술을 통해 뇌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해 후유증을 줄일 수 있고 재발 위험도 낮출 수 있다”며 “지금으로선 가능한 한 병을 조기에 진단,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모야모야병 환자는 연령대별로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속칭 어린이 중풍으로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듯이 10세 이하, 특히 4세 전후에 많이 발생한다. 이후 잠잠하다가 30∼50대 사이에 다시 발생률이 높아진다.
의사는 경동맥 내벽이 점점 두꺼워져 혈관이 좁아지는 것을 보고 이 병을 진단한다. 그러나 이를 알 수 없는 일반인은 평상시 위험신호를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컨대 어린이의 경우 갑자기 경동맥 부위 혈관이 딱딱해져서 한쪽 팔다리에 마비 증상이 나타나거나 저린 증상을 호소할 때 이 병을 의심해야 한다. 발음에 장애가 생기고(발음부전) 시력이 떨어지는 일과성 허혈 발작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뇌혈관의 일부가 막히거나 터졌다는 뜻이다. 어른은 두통과 의식장애, 언어 및 편마비 등 일반적인 뇌졸중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발병 시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나 교수는 “아이가 울고 난 후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면서 몸 한 쪽을 못 쓰다가 곧 회복되는 ‘일과성 허혈 발작’ 증상을 반복해 보이거나 때때로 심한 두통을 호소할 때는 한번쯤 모야모야병을 의심, 경동맥 및 뇌혈관 상태를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