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520D’ 시승기… 속도·상황 따라 자신을 바꿀 줄 아는 차
입력 2014-01-06 01:28
BMW의 중형 세단 520D는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수입자동차다. 2012년 수입차 판매 1위였고 지난해도 1위가 거의 확실하다. 무슨 매력으로 국내 소비자를 사로잡은 걸까. 최근 서울 도심에서 BMW 520D를 시승했다.
비결은 ‘운전하는 재미’에 있었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차체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바퀴가 거의 지면에 붙어 있는 듯한 묵직함은 시속 60㎞ 이하 저속 구간 내내 이어졌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고성능 차에서 나는 경쾌한 소리가 났다. 시속 60∼70㎞를 넘어 속도가 빨라지자 전혀 다른 차를 타는 것 같았다. 봄을 맞아 두꺼운 외투를 벗어던진 듯 차는 날래게 앞으로 나아갔다. 무겁다는 느낌은 사라지고 실내에 차분함이 들어섰다. 속도와 상황에 따라 자신을 바꿀 줄 아는 기특함이 이 차의 매력이었다.
계기판이 주행모드에 따라 달라지는 점도 흥미롭다. 520D의 계기판은 스크린에 바늘과 눈금이 표시되는 디지털식이다. 친환경(ECO) 모드에서는 계기판이 푸른색으로 바뀌면서 최고속도는 시속 120㎞까지만 표시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눈금이 없어지고 오로지 현재 주행속도가 아라비아 숫자로 나온다.
시승한 차는 지난해 9월 부분 변경돼 출시된 ‘엑스드라이브(xDrive) 럭셔리’ 모델이다. 엑스드라이브는 BMW의 4륜 구동모델 이름이다. 이전 모델의 외관이 다소 둔탁해보였다면 이 차는 날렵한 느낌이다.
연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주로 도심에서 주행한 탓인지 실제 연비는 공인 연비(16.9㎞/ℓ)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8㎞/ℓ이었다. 디젤엔진의 약점인 덜덜거리는 소음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귀에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정차 때마다 엔진 소음이 들렸다. 주행정보를 운전석 앞 유리창에 투사시켜주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는 운전대에 가려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을 때가 많았다. 앉은키가 좀 더 큰 사람에게 맞춰져 있는 듯 했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