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진홍] 대통령은 행복한가요?

입력 2014-01-06 01:42


“소소한 사안들은 내각에 맡기고 반대세력 및 서민과의 접촉 기회 늘리기를”

“2013년? 잘 견뎠지, 뭐.” 지난해 연말 모임에서 만난 한 친구의 회고다. 조그만 사업체를 성실하게 운영해온 그는 새해 포부에 대해서도 “2014년? 잘 버텨야겠지?”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애써 잔잔한 웃음을 지었지만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행복과 희망을 얘기해야 할 새해다. 그러나 그 친구처럼 새해를 무겁게 맞이한 이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정년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퇴직해 생활고를 걱정해야 하는 5060세대, 죽어라 일만 하면서도 왠지 불안한 40대, 취업·결혼 혹은 자녀·주택 문제로 고민하는 2030세대 등등. 세대를 불문하고 한숨짓는 이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올해는 잘될 거야”라면서도 ‘과연 잘될까’라는 의구심에 어깨를 펴지 못하는 이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있는 걸 느낀다. 실망과 분노, 한탄 등이 혼재된 시선이 가장 많이 쏠리는 곳은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이다. 인사(人事)는 왜 그리 엉망인지, 국정현안에 대한 대응은 왜 그리 미숙한지, 경기회복의 온기는 언제쯤 윗목까지 다다르는 건지, 청년 일자리 만들기는 어느 정도 진척된 건지 등 불만들이 쌓여가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12월 19일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이렇게 다짐했다. “다시 ‘잘 살아보세’ 신화를 이뤄 국민 모두가 먹고사는 것 걱정하지 않고, 청년들이 즐겁게 출근하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소외되는 분 없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요약하면, 국민행복시대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그 구호와 거리가 멀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10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집권세력이 듣기엔 억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남은 임기 동안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려면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

박 대통령은 원칙과 법치를 중시한다. 방향은 맞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국정을 제대로 굴러가게 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이미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순해 보여도 해법 마련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렵사리 해결되긴 했으나, 철도파업 사태를 복기하면 공권력의 민주노총 건물 진입을 계기로 박근혜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이 노조 쪽으로 잠시 기울었던 때가 있었다. 원칙과 법치가 역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한 사례다.

대통령은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대안 및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국민들과 함께 공동의 선(善)을 추구해 나가야 하는 자리다. 민감한 현안이 생기면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개진하는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들도 대통령이 포용해야 할 대한민국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반대세력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듣지 않으면 효과적인 타개책 도출은 불가능하다.

반대세력에 다가간다는 건 대통령이 핵심 사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책임총리, 책임장관’은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하지만 총리와 내각은 존재감이 거의 없다. 반면 대통령은 매일매일 업무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대통령이 소소한 부분까지 간여하면 중요한 국정현안 해결에 할애하는 시간과 열정이 줄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정책을 내놓거나 파장이 큰 사안이 우발적으로 발생하면 대통령은 거기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어깨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할 수 있다. 장관들이, 공직사회가 미덥지 못하더라도 권한을 나눠야 한다.

아울러 미소를 잃지 말고, 서민들과의 접촉 기회를 늘리기를 바란다. 이따금 웃는 장면이 보도되나 빈도가 낮다. 근엄한 표정은 국민행복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 대통령부터 행복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참고 뛰자는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박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변화를 주문한 것 같다. 하지만 국민행복을 위해서라면 뭘 바꾸지 못하겠는가. 내년 이맘때, 보다 많은 국민들이 “새해맞이가 너무 기뻐”라며 행복을 노래했으면 좋겠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