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우체국-태국 김도연 선교사] Q:크리스마스 상징은?

입력 2014-01-06 01:29


A:산타… 기독교에 대한 태국인의 현주소

태국에서 밤 10시면 한국은 자정이다. 매일 지나다니는 태국 방콕 파타나칸 사거리에 있는 24시간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는 이 시간에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손님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에 푹 빠져 있다.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하는 그 불빛이 때로 딴 세상처럼 낯설다. 6∼7년 전만 해도 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당시에는 태국 방콕에서 24시간 문을 여는 가게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식당이나 상점들은 대부분 밤 8시 정도면 문을 닫아서 늦은 시간에는 밥 먹을 식당도 찾기 어려웠다. 주유소도 마찬가지여서 늦기 전에 자동차의 기름을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 지금은 흔한 카페들도 드물어서 손님을 만나 이야기 나눌 곳도 마땅치 않았다. 인터넷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3G를 넘어 4G가 나왔다며 통신회사들이 광고하지만 당시에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사진 몇 장 첨부하기도 버거웠다.

방콕 중심가에 늘어선 고층빌딩과 거리를 줄지어 다니는 자동차들. “선교사님, 태국이 이렇게 잘사는 줄 몰랐습니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이 으레 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뭐라고 대답할까 망설이고 있던 내게 어느 날 하나님께서 대답으로 주신 말씀이 있다. “네, 태국이 이렇게 잘 삽니다. 그러나 태국에 아직도 예수가 누군지 모르고, 예수라는 이름도, 복음도 전혀 들어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십니까?”

예수를 믿는 것은 나중 이야기고 알고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들어보지도 못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전하는 자들의 책임이다. 세례요한은 예수님의 오심을 외치는 자의 소리였다. 소리는 보이지도 않는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사라지는지도 모른다. 세례요한은 흥하는 소리도 아니고 쇠하는 소리였다.

선교사는 외치는 자의 소리다. 흥하기를 원하지 않는 쇠하는 자의 소리다. 태국에 선교사로 와서 시작한 교회 사역을 마치고 태국 순회선교센터를 세운 이유다. 하나님께서는 찾아가서 말해주지 않으면 예수 이름도 들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사역을 열어주셨다. 태국의 면적은 한국의 5배로 77개 도(짱왓)에 인구는 6700만명이다. 수도 방콕에만 1000만명 이상이 산다. 전체 인구 중 0.5%에 불과한 기독교인을 만나는 것은 가뭄에 만나는 단비처럼 반갑다. 아직도 면(땀본) 단위 80% 지역에는 교회가 없다. 태국 사람들은 주로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에 시골, 산속 구석구석 흩어져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오지에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복음에 있어서 이들은 방치 상태인 것이다.

태국순회선교센터 사역을 시작한 이후 시간 날 때마다 1주일 단위로 교회가 없는 산속 마을, 시골 마을 구석구석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도요타 트럭에 성경, 전도지와 함께 아이들 학용품과 비누, 수건 등 생활용품을 싣고 간다.

방콕에서 약 400㎞ 떨어진 패차분 도의 왕뽕 군까지는 자동차로 약 6시간 거리다.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가 없는 왕힌과 왕끄라닷 면에 2012년과 13년 교회를 하나씩 건축했다. 지난 2년 동안 한국에서 온 교회 선교팀, 찬양팀, 오케스트라와 함께 왕뽕 군의 초·중·고등학교 몇 곳을 방문해 공연하고 전도지와 성경을 나눠주며 복음을 전했다. 전교생이 모이면 보통 300명 정도의 학생을 대상으로 행사를 할 수 있다.

이번 성탄절에는 그동안 방문했던 왕뽕차이야콤 중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성탄절 행사를 가졌는데 우리가 초청을 받았다. 행사 중에 학생들에게 성탄절에 대해 설명해주고 하고 싶은 행사가 있으면 해도 된다고 했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다. 태국에선 아직도 성탄절이 공휴일이 아니다. 기독교에 대한 태국인들의 인식 수준이 그 정도다. 선교사로서 이런 기회를 어떻게 놓칠 수 있겠는가.

학교에 기증할 선물로 스탠드형 선풍기 3대를 사고 성경과 전도지, 전도물품을 준비했다. 왕끄라닷 면 치윗니란교회 위라이 전도사와 교회 아이들은 성탄 찬양을 연습해서 기타를 치며 찬양을 하기로 했다. 태국 학교의 성탄 행사는 기독교에 대한 또 하나의 장벽을 확인하는 데 지나지 않았다. 아침 조회 시간에 이어 오전 내내 진행된 행사는 아마추어 쇼 프로그램에 불과했다. 학교에서 준비했다는 성탄 행사는 유행하는 춤과 노래, 산타클로스 모자와 선물이 다였다. 짧은 반바지 차림의 학생들은 옛날 팝송에 맞춰 춤을 췄다. 중1에서 고3까지 학년별로 나와서 춤을 추고, 한 팀이 끝나면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나와서 선물을 주고 사진 찍고 그것이 전부였다. 이따금 성탄절에 대한 퀴즈를 내고 맞히는 학생들에게 선물을 주었는데 그중 하나는 이것이었다.

문: 크리스마스의 상징은 무엇인가.

답: 산타클로스.

복음에 무지한 이들에게 성탄절은 산타클로스가 선물 주는 날에 불과했다.

우리 순서는 맨 마지막에 주어졌다. 위라이 전도사와 아이들이 성탄 찬양을 했다. 학생들에게 성탄절에 대해 설명하고 전도지를 나누어준 뒤 태국어 성경과 선풍기 3대를 솜차이 교장에게 전달했다.

인구의 90%가 불교도인 태국에서 기독교에 대해 겉으로 보여주는 태국인들의 미소는 어떤 의미에서는 탄압이나 핍박보다 더 무섭다. 그들이 전도지를 받거나 복음을 들으며 보여주는 미소에 전도자들의 마음은 녹아버린다. 노방전도를 마친 후 한국에서 온 비전트립팀의 소감은 ‘전도 쉽네’ ‘오늘 몇 명 전도했네’ 하는 자랑이다. 그러나 돌아서는 태국인들의 마음은 조금도 변함없는 ‘어둠 속의 벽’이다. 우리만 선교에 대해 무장해제돼 버리는 꼴이다. 선교사인 나는 더 긴장하고 경계한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여호와의 행사를 선포하리로다(시118:17).” 태국에 처음 왔을 때 선교사로서의 마음을 단단히 묶어주신 성경 말씀이다. 파송예배도 드리지 못하고 선교지에 온 나는 하나님을 위해 선교지에서 죽겠다는 각오보다도 선교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실이 더 절실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이 말씀은 선교지에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내가 너를 살리겠고, 너를 통해 내 일을 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었다.

태국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중심에 있다. 태국을 둘러싸고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가 자리하고 있다. 태국 외에 4개국은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열악하다. 이들 나라에 태국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 태국 방콕에서는 동남아시아 전역은 물론 인도까지도 비행기로 2∼3시간이면 닿는다. 선교지로서 태국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우리 태국순회선교센터는 미국에 본부를 둔 CWM(Christ Withness Mission)의 태국지부로 임명받았다. 태국을 위해, 태국을 통해 더 많은 일을 계획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있으시다고 믿는다.

열왕기상 18장에서 엘리야는 바알선지자 450인과 하나님의 이름으로 생명을 건 시합을 한다. 제단을 벌여 놓고 하나님의 불을 기다리며 엘리야는 이렇게 기도한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께서 이스라엘 중에서 하나님이신 것과 내가 주의 종인 것과 내가 주의 말씀대로 이 모든 일을 행하는 것을 오늘 알게 하옵소서.”

하나님께 기도할 때마다 선교사라는 이름으로 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를 잊지 않도록 간구한다. “하나님, 엘리야의 기도가 오늘, 아니 제 평생의 기도입니다.”

태국 김도연 선교사

김도연 선교사

△1961년 서울 출생 △2003년 서울장신대, 2005년 장신대 신대원 목회연구과정 졸업 △2005년 장기 선교사로 태국 도착 △2007년 예장통합 서울동남노회에서 목사안수 △2012년 태국 순회선교센터 창립 △현재 태국순회선교사역, 태국어성경무료보급, 태국어 전도자료 무료 보급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