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에 부는 女風] 10개 은행 여성 임원 단 13명
입력 2014-01-04 01:50
최근 은행권에 여풍(女風)이 세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강고한 유리천장이 미동한 수준이다.
3일 시중은행 7곳(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스탠다드차타드·씨티은행)과 특수은행 3곳(농협·기업·산업은행)의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임원 179명 가운데 여성은 13명(7.3%)에 불과했다. 외국계인 SC·씨티은행을 제외하고 국내 은행만 따져보면 130명 중 7명(5.4%)으로 비율이 더 작아진다.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은행은 모두 지난해에 와서야 내부 출신 여성 1명(하나은행은 2명)을 임원으로 올렸다. 기업은행에서도 여성 임원은 권선주 행장 1명뿐이다. 권 행장은 지난해 초까지 은행권(외국계 제외)을 통틀어 유일한 여성 임원이었다. 농협은행과 산업은행에는 여성 임원이 1명도 없다. 농협은행은 최근 농협 첫 여성 본부부서장으로 문갑석 부장을 발탁했지만 임원은 아니다.
아직 여성 임원이 없는 6개 지방은행(부산·경남·광주·대구·전북·제주은행)과 수출입은행, 수협중앙회까지 범위를 넓히면 여성 임원 현황은 251명 중 13명(5.2%)으로 더욱 열악해진다.
임원 현황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은행 내 여성은 고용안정성, 연봉, 근속연수 등 모든 면에서 남성보다 뒤처져 있다. 전체 남녀 직원 비율은 1대 1 수준이지만, 여성은 계약직이 남성보다 훨씬 많고 평균 연봉이 남성에 크게 못 미친다. 이처럼 고용이 불안하고 연봉이 낮다보니 직장생활도 남성보다 일찍 접는 편이다.
다른 금융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영주 의원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는 지난해 2월 기준으로 전체 임원 80명 가운데 여성이 3명(3.8%), 10대 생명보험사는 396명 중 17명(4.3%), 10대 손해보험사는 315명 중 2명(0.6%), 여신전문금융회사는 138명 가운데 5명(3.6%)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금융권은 초임 당시 여성 비율이 남성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직종이지만 기혼여성에 대한 암묵적 차별, 자녀 보육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인해 여러 인사 단계에서 여성이 결국 남성에 밀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에서 고객을 상대할 때나 상품을 개발할 때도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큰 강점이 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유럽의 일정비율 할당제 같은 적극적인 정책과 강력한 인센티브제를 마련해 여성 임원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