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마케팅 막전막후] 올림픽 마케팅 大戰… 기업들도 메달에 목맨다

입력 2014-01-04 03:32


스포츠 마케팅이란 용어는 원래 1978년 ‘광고의 시대’라는 잡지에서 처음 사용됐다. 하지만 1928년 암스테르담올림픽 당시 코카콜라가 미국 대표팀에 콜라 1000상자를 제공하고, 코닥이 올림픽 경기 초상권을 사들여 경쟁사의 사진 촬영을 제한한 게 스포츠 마케팅의 시초다. 오늘날 스포츠 마케팅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대형 국제 대회뿐 아니라 특정 구단과 경기장, 선수 등으로 후원 대상이 확대됐고, 스포츠단이나 대회의 직접 운영, 네이밍 마케팅, 광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은 하루 평균 10억명이 중계방송을 보는 ‘전 세계인의 축제’인 만큼 모든 스포츠 이벤트 가운데 최고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올림픽은 그야말로 스포츠 마케팅의 전쟁터다.

◇올림픽 독점 마케팅 가능한 파트너=올림픽이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 전쟁터가 된 것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85년 공식 후원업체를 지정하는 ‘올림픽 프로그램(TOP·The Olympic Program)’을 도입하면서부터다. TOP는 4개 등급으로 구성되는데, 4년간 동·하계올림픽에 대한 전반적인 후원과 올림픽 관련 독점 마케팅권을 갖는 ‘올림픽 파트너(The Olympic Partner)’가 최고 등급이다. 그리고 단일 대회별로 주로 개최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지역 파트너(Local Partners)’에 이어 ‘스폰서(Sponsor)’ ‘상품화권자(Executive Suppliers)’로 구분된다.

올림픽 파트너는 무선통신, 식음료, 신용카드, 생필품, 정보처리 기술 등 분야별로 1개의 업체만이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현재 소치올림픽에는 코카콜라, 비자카드, 오메가, 맥도날드, 파나소닉, GE, P&G 등 10개 기업이 올림픽 파트너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무선통신 분야의 삼성이 유일하다. 삼성은 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지역 파트너로 참여하며 올림픽과 인연을 맺은 뒤 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부터 무신통신 분야의 올림픽 파트너가 됐다. 삼성은 오는 2016년까지 올림픽 장기 후원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올림픽 파트너로 참여하려면 IOC와 협의를 거친 뒤 1억 달러(약 1050억원) 안팎의 스폰서 비용을 내야 한다. 이들 파트너를 제외한 기업이 올림픽과 직접 연관된 단어를 사용해 마케팅을 하면 IOC로부터 제소를 당한다.

기업들이 올림픽 후원에 적극적인 것은 그 효과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자카드는 85년 TOP 도입 당시 파트너로 참여한 덕분에 올림픽 경기장과 숙소 등에서의 독점권을 얻었다. 이후 비자카드의 매출은 세계적으로 18% 성장했고, 3위에 머물던 아시아 지역 내 카드 브랜드 순위를 1위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삼성 역시 글로벌 기업으로서 위상을 얻는데 올림픽 파트너가 큰 도움이 됐다. 99년엔 브랜드 가치가 31억 달러로 100위에도 들지 못했던 삼성은 지난해 396억 달러로 8위에 랭크됐다. 또 삼성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전 휴대전화 중국 내 점유율이 11.4%였으나 1년 뒤엔 21.2%로 대폭 올라갔다.

◇올림픽 특수 노리는 앰부시마케팅=올림픽 마케팅이 반드시 올림픽 공식 파트너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비록 IOC나 개최국 올림픽조직위와 후원 계약을 맺지 않더라도 올림픽 특수를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은 많다. 특히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이 대표적이다. 앰부시는 ‘매복’을 뜻하는 말로 중계방송의 TV 광고를 하거나 개별 선수 또는 팀을 후원함으로써 공식 스폰서가 아닌데도 공식 스폰서처럼 보이게 하는 마케팅을 지칭한다. 얌체 같긴 하지만 적은 돈을 쓰면서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 회사 나이키다. 나이키는 97년 이후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주최 측과 스폰서 및 파트너 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 대신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후원하는 ‘스타 마케팅’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나이키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자사의 상품을 착용케 함으로써 미디어 노출을 통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당시 미국 남자 농구 대표팀 ‘드림팀’을 공식 후원한 스폰서는 리복이었지만 최고 스타인 마이클 조던이나 찰스 바클리가 나이키 로고가 붙은 옷을 입었다. 리복이 공식 스폰서라는 타이틀을 가졌지만 나이키 때문에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이외에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밀려 고전하던 푸마가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를 앞세워 주목받은 것도 앰부시 마케팅의 주요 사례로 꼽힌다. 볼트가 100m와 200m, 400m 계주에서 모두 세계 기록을 갈아 치우면서 단거리 3관왕에 올라 베이징올림픽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덕분에 푸마는 최고의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스포츠용품 분야 공식 파트너는 아디다스였지만 나이키와 푸마에 밀린 데다 중국 자체 브랜드 ‘리닝’ 때문에 마케팅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중국의 전설적인 체조 스타 출신인 리닝은 자신의 이름을 딴 스포츠 브랜드를 만들었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자신이 성화 최종주자로 뛰는 것은 물론 다이빙스타 궈징징 등 대표적인 중국 선수들에게 자사 브랜드를 입힘으로써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렸다. 베이징올림픽 때는 워낙 앰부시 마케팅이 심해 아디다스 등 몇몇 스폰서들은 IOC를 상대로 후원금 반환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최근 IOC는 앰부시 마케팅 규제를 엄격히 하고 있다. 실례로 광고 안에 ‘올림픽’이란 단어만 들어가도 안 될 정도다. 하지만 기업들마다 규제를 피하면서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강렬하면서도 요령 있는 마케팅 전략을 준비 중이다.

◇한국 기업들, ‘김연아를 모셔라’=소치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의 눈은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피겨 여왕’ 김연아에 쏠려 있다. 현재 김연아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거나 후원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KB금융, E1, 동서식품, LS네트웍스, 로만손 등이다. 이들 기업은 이미 김연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김연아를 아마추어 시절부터 지원해 왔던 KB금융은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감회가 남다르다. KB금융은 2006년 유망주였던 김연아의 재능을 간파해 광고모델을 체결한 이후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김연아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우승하면서 KB금융은 김연아 덕분에 천문학적인 광고 효과를 얻었다. 이후 KB금융은 피겨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등 빙상 종목 전반으로 시선을 돌려 2008년부터 대한빙상연맹을 후원하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은 김연아가 소치올림픽에서 또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 경우 창출되는 경제적 효과가 6조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조사 결과 앞서 밴쿠버올림픽 성과에 따른 경제 파급효과 중 김연아를 통한 경제적 가치는 약 5조2350억원으로 전체 파급효과의 86.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