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시 축구화 끈 맨 선수들 “대학 스포츠에 관심을”
입력 2014-01-04 01:31
‘전통 강호’ 한양여대 축구팀 훈련장을 찾아서
달콤했던 휴가를 마치고 삼삼오오 합숙소로 모여들었다. 새해 첫 훈련에 들뜬 표정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 한국 스포츠의 근간인 대학 스포츠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패기와 열정의 대학 스포츠가 발전해야 실업·프로 스포츠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며 “대학 스포츠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제법 쌀쌀했던 3일 다시 축구화 끈을 단단히 동여맨 한양여대 축구 선수들을 만나 새해 소망과 포부를 들어 봤다.
1993년 창단된 한양여대 축구팀은 국내 대학 여자 축구팀들 중 가장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한양여대는 예전에 비해 전력이 약화됐지만 조직력을 앞세워 지난해 4개 대회에서 한 차례 우승과 두 차례 준우승을 차지하며 ‘전통 강호’의 체면을 세웠다.
주장 이수빈은 “지난해 성적이 나쁘진 않았지만 아쉬움이 많았다”며 “올해는 더 열심히 뛰어 라이벌 팀들과의 경기에서 무조건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15년 동안 팀을 이끌어 온 이상엽 감독은 “한국 여자축구는 2010년 U-20 월드컵에서 3위에 올랐고, 같은 해 U-17 월드컵에선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며 “두 대회의 주역 지소연(22)과 이정은(21·부산 상무)이 바로 우리 팀 출신”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현재 한양여대에는 이수빈, 김인지, 김예진, 민유경, 김소이 등 5명의 국가 대표선수가 포진하고 있다.
대학 여자 축구의 산증인인 이 감독은 “예전엔 대학 팀들이 학교 홍보 수단으로 활용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여자 축구, 체조 등 비인기 종목이 구조조정의 우선 타깃이 된다. 우리 팀도 언제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전국 대학들의 체육 특기생 모집 인원은 약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현재 전국 9개 대학 여자 축구팀 외에 고려대가 올해 11월 축구팀을 창단할 예정이지만 대학마다 충분한 지원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한양여대 출신의 기은경 코치(36)는 “몇몇 팀은 동호회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며 “대학 재정이 어렵다 보니 선수들이 부족해 다들 어렵게 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팀에도 골키퍼가 한 명뿐이어서 국가대표로 차출되면 필드 선수가 골문을 지키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토로했다.
최근 한국 여자축구는 위기다. 한국 여자축구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이후 국제대회에서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감독은 “선수층이 얇아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탓”이라며 “대학에서 실력을 키워 실업팀과 대표팀에서 활약해야 하는데 현재 대학에서 뛰는 선수는 200여명밖에 안되고, 대학 리그도 없다”고 말했다. 한양여대 축구팀 선수들은 주위의 무관심에 야속해 하면서도 “제2의 지소연을 꿈꾸며 공을 찰 수 있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글·사진=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