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불똥 튄 티베트독립운동
입력 2014-01-04 01:43
티베트독립운동 세력으로 보이는 용의자들이 지난 1일 밤(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총영사관에 방화한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과 미국은 사건 발생 직후 긴밀히 협조하고 있으나 중국 측은 자칫 양국 사이에 외교적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어 긴장하는 모습이다.
총영사관 측은 2일 홈페이지에 올린 안내문을 통해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히면서 신속한 범인 검거를 미국 측에 촉구했다.
인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일 오후 9시25분쯤 한 남성이 총영사관 정문 앞에 주차된 미니밴에서 내린 뒤 정문에 휘발유 2통을 붓고 불을 질렀다고 3일 전했다.
총영사관 대변인 왕촨(王川)은 “중·미 양측 사이에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고 있으며 현재 진일보한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영사관 내부 감시 카메라에는 남자 한 명이 찍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정문 로비가 크게 훼손되고 출입문 통로가 불에 그을리는 한편 건물 지붕까지 불길이 미쳤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건 직후 샌프란시스코 경찰청, 소방국과 미 국무부의 외교시설 경비국 관계자가 현장에 출동했고 미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용의자는 체포되지 않았다. 환구시보는 이에 대해 “미국처럼 감시 카메라가 잘 설치된 곳에서 아직까지 용의자를 검거하지 못한 것은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특히 사건 현장에서 ‘티베트 인권’이라는 표식이 발견됐다고 미국 ABC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더욱이 방화 사건 수일 전에는 티베트독립운동 세력 사람들이 총영사관에 몰려와 시위를 하면서 돌 등을 던져 정문 유리창이 깨진 일도 있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티베트독립운동 세력이 중국 국내가 아닌 전 세계적인 주목을 끌 수 있는 곳을 선택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FBI 대변인은 이에 대해 “치밀하게 준비된 사건”이라고 밝혔다고 중국 국무원 직속 통신사인 중국신문사(中國新聞社)가 전했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반테러연구중심 리웨이(李偉) 주임은 “해외에서 중국 공관에 대해 파괴적 행동을 할 수 있는 세력은 티베트독립운동세력,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 파룬궁(法輪功)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최근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혀 있던 ETIM 소속 중국 국적 위구르인 테러범 3명을 중국이 아닌 제3국인 슬로바키아로 보내자 중국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친강(秦剛) 대변인은 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들 3명은 ETIM에 소속된 테러범”이라며 “관련 국가는 국제적 의무를 다하기를 바라며 이른 시일 내에 이들을 중국으로 송환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들 3명을 본인 희망에 따라 슬로바키아로 보냈다”고 밝혔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