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정국 ‘태풍의 눈’ 개헌 논의-개헌 논의 배경·내용] “‘52대 48’ 싸움 막자”서 출발

입력 2014-01-04 01:30

개헌론은 한국 정치의 모든 폐단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현재의 갈등형 권력구조를 개편하자는 게 개헌론의 핵심이다. 여야 개헌론자들 모두 ‘분권형 대통령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52대 48…국론 분열을 막아라=‘52(보수)대 48(진보)’은 국론 분열을 상징하는 숫자가 됐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얻은 득표율에서 나온 대립 구조다. 나라를 반으로 갈라놨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 대선 불복 이슈도 ‘52대 48’ 싸움의 연장선상이었다.

국론 분열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개헌 논의를 잉태시켰다. ‘한국 리모델링’을 위해서도 개헌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개헌을 통해 ‘통일 한국’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절박해졌다. 5년 단임 대통령제로 대표되는 ‘1987년 헌법 체제’가 역사적 수명을 다했다는 평가도 개헌론을 불 지피는 요인이다.

◇해답은 분권형 대통령제=여야가 사생결단식 대결을 펼치는 이유는 제왕적 대통령의 자리만 차지하면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국 대선은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다. 승자가 권력 100%를 갖는 구조다. 지난 대선에서 문 의원을 찍었던 48%는 권력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그래서 집중된 권한을 나누자는 논의가 확산됐다. 분권형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외치를 책임진다. 대통령은 직선제로 뽑히며 국방·통일·외교를 떠맡는다.

행정 수반인 총리는 국회가 국회의원 중에서 선출하며 실질적으로 다수당의 대표가 맡는다. 총리는 국방·통일·외교를 제외한 장관들을 임명하며 내치를 총괄한다. 총리와 대통령의 권력 분담이 명확하고 연정이 안정적인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국내 개헌론자들이 추구하는 모델이다.

◇권력을 분점하는 협치 민주주의=지금은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정부를 장악한다. 하지만 분권형 대통령제 하에서는 내각을 득표율 또는 연정의 형태로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령 총선에서 A정당이 60%, B정당이 30%, C정당이 10%의 지지율을 얻었다면 득표율 모델에 따라 장관의 60%는 A정당이, 30%는 B정당이, 10%는 C정당이 나눠 가질 수 있다. 국민의 한 표도 사장되지 않고 내각 구성에 반영되는 민주적인 구조다.

다른 방식으로는 연정이 거론된다. 제1당이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차지했거나 과반 정당이 없을 경우 연정은 불가피하다. 연정을 통해 소수당도 내각에 참여하는 길이 열린다. 제1당이 과반에 실패하면 제2당이 제3당과의 연정으로 집권하는 역전 스토리도 가능하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