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이틀연속 폭락… 도대체 왜?] 韓銀서도 “한국, 저성장 고착화 가능성”

입력 2014-01-04 01:50

저성장 기조 고착화 가능성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또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도 시장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3일 한은이 공개한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금통위원은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저성장 추세의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하며 내수중심 경제 구조로 전환할 대책을 더 강하고 빠르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금통위원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적인 저성장의 원인이 2008년 금융위기라는 분석이 우세했지만 최근 들어 만성적인 수요 부족이 저성장을 부르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 원인으론 기업의 투자회피 성향이 꼽혔다. 미국이 양적완화에 나섰지만 안팎의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내부유보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글로벌 저축과잉(global savings glut)’ 현상이 나타나 고용 부진과 수요 부족으로 이어지는 저성장의 고리를 끊을 수 없게 됐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3월 기준 미국과 일본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각각 2조4000억 달러와 1조8000억 달러에 이른다.

한국 역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했음에도 물가상승률이 유례없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점, 가계의 소비와 저축이 동시에 급감하는 가운데 기업이 투자 부진으로 대규모 저축 주체로 등장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저성장 장기화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김중수 한은 총재가 최근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적다며 거듭 진화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 우려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임일섭 금융분석실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저성장 국면 속에 저물가 기조가 심화돼 일본식 장기불황 또는 디플레 우려가 또다시 부각되고 있다”며 디플레 압력이 꾸준히 높아질 가능성에 심각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실장은 “한은은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이 3%에 가깝다는 점을 디플레 가능성이 낮은 근거로 제시했지만, 우리나라의 기대인플레는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가 아니며 둘 사이 괴리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상황 변화에 따라 디플레 파이터로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면서 “올해 경기·물가 흐름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한은은 물가안정 목표 달성을 위해 팽창적인 방향으로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장희 천지우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