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겉도는 고용·노동정책… 불통에 손발도 안 맞고
입력 2014-01-04 03:21
정부의 고용·노동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철도파업과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 진입을 계기로 노동계가 모든 노·사·정 대화 테이블에서 철수한 데다 고용·노동 정책의 ‘투 톱’이라고 볼 수 있는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가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3일 “통상임금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부안은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근로자 보호, 그동안 노사 합의의 기본 원칙 등을 고려해 노사정위 등을 통한 사회적 대화를 거쳐 마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 규모별로 (적용 방법을) 나누거나 시행 시기를 연장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부연설명이다. 지난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됨에 따라 개별 기업들은 관행적으로 지속된 임금제도를 개혁해야 하지만 노조의 협조가 절실하다.
이에 기재부는 지난 27일 내놓은 ‘2014 경제정책 방향’에서 “임금이 고용·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미래지향적 임금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년 연장이 노사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임금피크제 확산 등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재부가 밝힌 두 정책의 시행 시기는 이달 중이다.
그러나 고용·노동 정책의 주무 부처인 노동부는 이달 중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정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고 이달 22일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가 예정돼 있어 논의 시작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금체계 개편은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노·사·정 협의 없이는 추진하기 어렵다. 다만 노동부는 산업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현장 지도지침을 이달 중순 내놓을 예정이다.
두 부처가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노동계 인사는 “철도파업 당시 노동계와 노조 실무진이 물밑에서 조기 타결을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며 “협상 테이블을 차리고 있는데 ‘투쟁에 밀려 혈세를 낭비하는 타협은 없다’고 해버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26일 현 부총리의 담화 발표가 파업 기간만 더 늘렸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노동계 인사는 “고용률 70%, 임금제도 개선 등에 기재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노동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충분한 조율 없이 두 부처가 다른 메시지를 던지면 고용·노동 현장의 혼선만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