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전 소중한 사랑’ 출연 배우 임지규 “착한 영상 찍으면서 나눔의 의미 알게 됐죠”
입력 2014-01-03 20:02 수정 2014-01-04 01:30
“나눔이나 재능기부에 대한 특별한 철학이 있는 건 아녜요. 작품을 하고 영상을 찍으면서 나눔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알게 됐죠. 마치 우리가 죄인일 때 구원을 은혜로 받은 것처럼.”
배우 임지규(35)는 겸손했다. 최근 그는 소아암 환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 ‘완전 소중한 사랑’에 출연하고 기아대책 나눔대사로 ‘1리터의 생명’ 영상을 찍는 등 나눔의 행보를 이어왔다. 그럼에도 그는 “나눔에 대해선 아직 잘 모른다”며 자신을 단지 ‘복음을 전하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삼십대 중반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동안에 호리호리한 체구인 그는 느릿한 말투로 자신의 삶과 신앙, 포부에 대해 하나하나 신중하게 답했다. 지난달 26일 그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영화제작사에서 만났다.
2004년 영화 ‘핑거프린팅’으로 데뷔한 임지규는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았다. 이후 영화 ‘과속스캔들’에서 박보영의 첫사랑으로,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차승원 매니저로 얼굴을 알렸다. 다양한 작품에서 주·조연을 맡은 그이지만 이번 작품은 촬영 전부터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영화사 대표님이 미완성된 ‘완전 소중한 사랑’ 시나리오를 주며 그러더라고요. ‘내가 기도로 준비하는 영화인데, 너를 꼭 주인공으로 써야겠어. 하나님께서 그걸 원하는 거 같아.’ 저보다 유명한 배우를 쓸 수 있었는데도 뜻을 바꾸지 않더군요.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순종했던 노아처럼 하나님의 뜻에 순종한 대표님이 시작한 이 영화, 과연 어떻게 완성될까 궁금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영화 출연 제의를 받은 이후 그는 매주 목요일 영화사 예배에 참여했다. ‘하나님께 기쁜 작품이 되게 하자’는 목적에서였다. 그는 영화 촬영이 들어가기 전까지 1년반 동안 계속 영화사 목요 예배를 드렸다.
“제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가’예요. 그런데 이건 하나님만 아시는 거겠죠. 그래서 그분의 뜻을 알려면 기도해야 하고, 삶으로 예배를 드려야 합니다. 혹자는 이러면 작품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해요. 하지만 전 하나님께서 돈이나 명예를 위해 우리를 이 땅에 보낸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고자 하는 일, 즉 목적이 있어 우리를 보낸 거죠. 배우인 저는 연기로 예수님을 증거하는 게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니 작품 선정과 준비를 놓고 기도할 수밖에요.”
그는 크리스천 연예인 공동체에서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다. 서울 용산구 청파로 삼일교회에 출석하는 임지규는 또래 청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소그룹 모임을 한다. 새벽예배, 해외 단기선교, 국내 선교에도 열심이다. 여유 있을 때만 하는 게 아니다. 촬영 일정이 빠듯할 때도 그는 잠을 줄여 예배를 드렸다. 2011년 인기리에 방영된 ‘최고의 사랑’을 촬영할 땐 새벽 촬영을 마치고 찜질방에서 잠시 눈을 붙인 뒤 새벽예배에 참가했을 정도다. 배우라 남들의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연예인 공동체에 참여하라는 제안도 있었지만 제 성격상 예배 때 하나님을 못 만날 것 같아 안 갔다”고 답했다. 그는 직장인,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 다양한 사람과 교회의 여러 사역을 함께하며 ‘나뿐만 아니라 모두 특별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흥행작에서 개성 있는 단역으로 얼굴을 알렸지만 아직 그의 이름은 대중에게 생경한 편이다. 올해로 데뷔한 지 10년. 그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고개를 숙인 뒤 한참을 생각하다 말했다.
“연기를 잘 하는 배우보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처음엔 사람 냄새 나는, 여러 색깔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하나님이 기뻐하는 건 그분을 경외하는 사람이더군요. 흥행 작품의 주인공이나 스타가 되면 참 감사하겠지만 그게 하나님의 뜻이 아닐 수도 있겠지요. 부족하더라도 하나님 뜻대로 잘 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