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명 나눔으로 큰 울림 준 작은 천사
입력 2014-01-04 01:37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주의로 각박해진 세상에 한 줄기 빛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뇌사상태에 빠진 전북 완주군의 네 살배기 정진아양이 4명의 환아들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진아양이 뇌사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을 받자 진아양의 부모는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의료진은 이틀 뒤 심장과 간장, 신장 2개를 적출해 어린이 환자 몸에 이식했다. 비록 진아양의 몸은 짧은 생을 마감하고 한 줌의 재로 사라졌지만 죽어가던 다른 어린이 환자 4명을 살림으로써 영원한 생을 이어가게 됐다.
금쪽같은 자식을 떠나보내면서 더 큰 사랑을 실천한 진아양 부모는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자신의 안위만을 위하고 끝없는 탐욕으로 남의 것까지 빼앗는 게 요즘 세태다. 죽으면 다 놓고 갈 물질에 집착해 아웅다웅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자식의 장기를 아낌없이 나눠준 고귀한 뜻은 우리 모두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들이 있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있다. 진아양 부모도 이미 사후 장기기증을 약속했다고 한다. 2008년 1월 세계 챔피언 방어전을 치르다 링 위에서 쓰러진 최요삼 선수가 각막, 신장, 간 등을 9명에게 기증하고 떠난 것이 계기가 돼 국내 장기기증자 수가 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2002년 36명에 불과했던 장기기증자는 지난해 10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장기이식 희망자 수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해 한 해 평균 900명 이상이 장기이식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장기기증 뇌사자는 인구 100만명당 7명꼴로 스페인 34명, 미국 21명 등과 비교해도 형편없이 적다.
진아양의 아름다운 나눔이 우리나라에 장기기증 문화를 들불처럼 번지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난 연말 구세군 자선냄비에 모인 성금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나눔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 같아 반갑다. 나누는 만큼 행복해진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