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도 국회도 SOC 중독 벗어나야
입력 2014-01-04 01:28
불요불급한 도로 등 타당성이 부족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사업에 혈세가 낭비되는 재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엉터리 수요예측 조사 탓에 통행량이 예상치보다 훨씬 더 낮은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잇따르는데도 예산편성 관행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 현 정부는 SOC 예산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통과된 2014년 예산을 보면 결국 빈말이 되고 말았다.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복지공약을 이행할 예산이 태부족이라는 현실 앞에서 앞으로 4년간 SOC 예산 11조6000억원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다짐했다. 도로, 철도, 항만 등에 투자할 계획인 돈을 매년 3조원 가까이 덜 풀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도로에서 4조원, 철도에서 4조5000억원가량 덜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9월 357조7000억원 규모의 올해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SOC 예산을 약 23조3000억원 책정해 전년도보다 1조원 줄이는 데 그쳤다. 건설경기가 죽으면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굴복한 것이다.
국회는 한술 더 떴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1조9000억원가량 줄어 355조8000억원으로 확정됐지만 SOC 예산은 4397억5000만원이나 증액됐다. 복지 부문과 더불어 두 부문만 예산이 늘어난 것이다.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선심성 ‘쪽지 예산’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관철된 것이다.
국회의 SOC 예산 증액분 가운데 국토교통부 몫 3940억원만 보면 4분의 1인 958억원이 도로 부문, 2분의 1인 1989억원이 철도 부문 예산이다. 그중에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 기획재정부가 타당성이 없다고 폐기한 도로건설 사업도 10개나 들어 있다. ‘쪽지 예산’을 없애려면 지역구민들이 선심성 사업을 남발하는 정치인에게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정부도 SOC 사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후진국형 습성을 버려야 한다. 건설업의 경기부양이나 고용창출 효과는 이미 미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