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역차별
입력 2014-01-04 01:30
여풍(女風)이 예사롭지 않다. 사회 곳곳에 남아 있던 유리천장이 속속 깨지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여성이 ‘검찰의 꽃’이라는 검사장과 치안정감(경찰), 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이미 각종 공무원 시험 등에서 여성 합격률이 남성을 앞지른 지 오래여서 앞으로 여풍이 더 거세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사실 여성 대통령까지 배출한 마당에 다른 직책에 ‘여성 최초’란 수식어를 붙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성 총리도 나왔고, 여성 장관은 이제 새삼스러운 존재도 아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지도부에 여성 정치인이 반드시 1명 이상 포함되도록 경선 가산점 등의 프리미엄을 주고 있고, 국회의원 및 광역의회 선거 비례대표 후보의 50%를 ‘여→남→여→남’ 순으로 여성에게 할당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성평등지수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조사 대상 136개국 가운데 111위에 그쳤다. 하지만 아직도 신분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인도(101위)보다 낮게 나타나는 등 결과를 액면 그대로 믿긴 어렵다.
성차별은 여성만 느끼는 게 아니다. 성차별을 경험한다는 남성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5개 대학 남녀 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학생의 59%가 성차별을 느낀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물론 여학생(71.8%)에 비해서는 낮지만 의외의 결과다. 그렇게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남성에게만 해당하는 징병제(40.1%)에 있었다. 이어 여성전용시설(24.9%), 여성고용할당제(19.4%) 순이었다.
신체 건강한 노르웨이 여성은 내년부터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해야 한다. 여성 징병제를 관철시키는 데 앞장선 이들은 다름 아닌 노르웨이 여성들이었다. “권리와 의무는 누구에게나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군가산점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났음에도 이를 둘러싼 남녀간의 ‘성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여러 차례 재도입 시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여성단체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군가산점제는 여성 등에 대해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헌재의 결정은 타당하다. 그렇다면 군필자에 한해 군 복무기간만큼 정년을 연장하는 건 어떨까.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