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교회는 지금, 도시 교회 손길을 기다린다

입력 2014-01-04 01:28


통계로 본 섬 선교

한국섬선교회, 2013년 실태조사


교회 부임 21년째를 맞고 있는 전남 여수시 화태도 월전교회 문경두 목사는 자녀들만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울적해진다. 문 목사에게는 대학생인 아들과 대학 입학을 준비 중인 큰딸, 그리고 고등학생인 둘째딸이 있다. 초등·중학교는 섬 안에 있었기 때문에 다행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부터는 이웃 큰 섬으로, 혹은 육지로 나가야 했기에 경제적 압박이 아주 컸다. 장년 15명이 출석하는 섬 교회 형편으로는 도시 교회처럼 목회자 자녀 교육비를 지원할 수도 없고 심지어 생활비마저 외부 보조에 의존해야 한다. 문 목사의 고민은 이것만이 아니다. 부모를 떠나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 그들을 옆에서 돌볼 수 없어 혹시 아이들이 상처를 받고 탈선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서해 갯벌을 사이에 두고 북한 황해도 연백과 마주보고 있는 인천 강화군 서검도의 최재철 목사는 고향인 서검교회에서 평생을 목회하다 은퇴했다. 하지만 81세의 노구를 이끌고 그는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왔다. 후임자가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생활이 어렵다고 오는 사람마다 등을 돌리고 떠나버리는데 남아 있는 성도 다섯 명은 어쩌란 말입니까? 나처럼 늙은 노인네들뿐인 그들을 모두 장례 치르고 나도 함께 갈랍니다. 거기까지 내 몫인 모양입니다.”

섬 교회 열에 아홉은 미자립 교회로, 섬 교회 목회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섬 선교 전문 기관인 한국섬선교회가 최근 발표한 ‘국내 섬 교회 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 섬선교회는 매년 섬 교회수와 인구수, 그리고 섬 교회 여러 상황을 집계한 통계를 한국교회에 내놓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3년 12월 말 현재 한국의 유인도는 398개이며 그중 252개 섬에 544개의 교회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교회가 없는 섬은 146개로 전체 유인도의 37%에 해당됐다. 3개 섬 중 하나는 무교회 섬인 셈이다. 또 섬 인구수는 총 12만5430명으로, 이는 10년 전 19만명에 비하면 감소 폭이 심하다. 육지화된 지역을 감안하더라도 섬을 떠나는 이도(離島)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유인도와 인구, 그리고 교회 성도수는 매년 줄고 있다. 지난 자료와 비교할 때 16개 섬이 무인도가 됐고, 다리 건설과 방파제 등으로 육지가 된 섬도 16곳이나 된다.

섬선교회의 이번 조사는 인구수에 집중했다. 조사에 의하면 1명이 사는 섬이 9개, 2명은 13개, 10명 미만은 전체 유인도의 13%인 51개나 된다. 절반이 넘는 200개 섬에 70명 미만이 살고 있다. 행정 통계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에 실제 상주인구는 이보다 훨씬 더 적을 수 있다.

이런 인구 감소의 영향은 교회에 그대로 반영됐다. 섬선교회가 처음 통계 조사를 실시한 1987년, 자립 섬 교회는 70%였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교회는 힘을 잃어가면서 2012년에는 자립 교회가 12%로 떨어졌다. 섬 교역자들의 어려운 생활 형편이 섬 선교의 큰 걸림돌로 제기되고 있다.

섬선교회가 261개 섬 교회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실태조사 중 ‘당신의 교회를 재정 자립 교회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9%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결국 섬 교회 대다수가 외부 보조에 의존하지 않으면 교회 유지는 물론 교역자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석하는 장년 성도수가 이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5년 전인 2008년에는 40명 이상이 13%, 그 미만이 87%였지만 지금은 그 비율이 10%와 90%로 훨씬 부정적인 상황이 됐다. 40명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연 예산 관계를 고려할 때 재정 자립의 가능 여부를 구분하는 숫자로 보았기 때문이다.

한국섬선교회 회장 최종민 목사는 “도시 교회들은 이제 더 이상 섬 교회들을 방치해선 안 된다”며 “한국교회가 섬 교회와 자매결연 사업에 적극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섬선교회는 미자립 섬 교회와 도시교회 간 자매결연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교회 혹은 성도들이 선교회에 연락하면 미자립 섬 선교 소개서를 보내주며 선교비는 해당 섬 교회로 직접 송금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02-2202-1493).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