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규의 성서 한방보감] 야성(野性·wild nature)

입력 2014-01-04 01:28


언제부터인지 ‘멋진 남자’란 개념이 인형처럼 예쁘고 귀엽거나 조각 같은 이미지를 상상하게 만든다. 남성다운 맛과 멋, 야성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원래 남자에게는 야성이 있다. 남성의 몸 안에서 나오는 남성호르몬은 야성을 부추긴다. 모험심이 있고 용기가 있고 힘이 있는 것은 모두 야성이다. 야성은 남성적인 파워, 힘을 말한다. 남자 나이 청춘기에 가장 야성이 살아있고, 갱년기가 돼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그치면 야성이 사라져 여성화된다.

우리가 알다시피 사람의 몸에는 남녀 모두 양성호르몬이 분비된다. 남자에게서도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이, 여자에게서도 여성호르몬과 남성호르몬이 모두 분비된다. 청춘기 때에는 각각의 해당하는 성호르몬이 최고조에 달하다가 갱년기가 되면 끊어진다. 갱년기가 되면 남자는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끊어지고 여성은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끊어지게 된다. 그래서 갱년기 이후 남자에겐 여성호르몬만 나오고, 여자에겐 남성호르몬만 나온다. 갱년기 이후 남자의 여성화가 이뤄지고 여성이 오히려 야성화되는 것은 다 그런 이유다. 한방에서는 신기라고 한다. 신기는 선천의 원기를 말하는데 신기는 남성미와 여성미의 원천이 되는 근본 기운이다. 특히 남성은 신기가 강해야 남성성, 야성이 발달하게 된다. 신기가 떨어지면 남성의 남성다움, 사내다움이 약해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자연히 야성이 약해진다.

남자가 남성성이 떨어지면 여성화된다. 갱년기를 지난 많은 남성들이 여성화의 경향을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멋진 남성은 갱년기 이후에 남성성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한방에서 말하는 신기를 보강해서 남성성, 즉 야성을 계발해야 한다. 남자가 남성적이 될 때 여자는 자연히 여성적이 된다. 많은 가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남자가 남성성을 잃어버림으로써 여자가 오히려 남성화되고 남성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녀의 역할이 뒤바뀌고 문제가 많이 생긴다. 성경적으로도 맞지 않다.

현명한 아내는 남편의 남성성, 야성을 북돋워줄 줄 아는 사람이다. 남자의 야성성은 억압받거나 눌림 받으면 위축된다. 한방에서 말하는 원기다. 기, 원기, 기운을 살려줄 때 야성성이 계발된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 밥 한 그릇에도 남자의 야성성은 계발되고 강화될 수 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다. 교회 내에서 얼마든지 경건하게 예배를 드릴 수 있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 크리스천 문화에 익숙한 경건한 신도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야성은 아니다. 야성은 교회 밖, 야전에서 필요한 성품이다. 필드에 나가서 불신자들과 맞닥뜨려 복음을 전파하는 파워다. 때론 부끄럽고 수모를 당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고개를 쳐들고 돌진할 줄 아는 힘이다. 그게 영적인 야성이다. 야성은 야전군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야성이라고 말할 때 갈렙이 생각난다. 나이 85세에 헤브론 땅 기럇아르바를 받아 세새와 아히만과 달매를 쫓아내어 취했던 그. 우리는 그의 모습에서 신앙인의 야성을 본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용한 사람, 화평스러운 사람, 말 잘 듣는 사람, 있는 둥 마는 둥 하는 사람이 물론 좋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 야성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때론 한 번씩 치고받는 뿔이 있어도 그것 때문에 곤혹스러운 일이 있긴 해도, 그래도 과감하게 할 말을 하고 진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기개, 야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변화가 있고 발전이 있다. 야성이 없이 순하게 길들여지기만 한 것으론 일이 안 된다.

신앙생활은 영적전투다. 매일 매일의 삶이 전투다. 주적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전장이다. 그래서 야성이 필요하다. 성경에도 보면 선지자들에게는 야성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보면 모난 성격도 성품도 인격도 많았지만 그들에게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야성이 있었다. 그래서 하나님이 쓰셨다. 신앙 인격이 다듬어지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할 말도 못하고 순하게 길들여지기만 해선 안 된다. 영적인 야성을 잃지 않아야 되는 것은 우리에겐 싸워서 이겨내야 할 주적, 악한 영의 세력이 항상 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양규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