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다시 한번 바꿔야 한다”… 위기·혁신 강조한 이건희 회장
입력 2014-01-03 03:27
지난해 10월 28일 신경영 20주년 만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자만에 빠지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하자고 역설했다. 1993년 6월 7일 선언했던 ‘신경영’이 아직도 완결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2개월이 흘렀다. 여전히 이 회장은 위기를 이야기했다. “다시 한번 바꿔야 한다”고 외쳤다. 그룹의 주력사인 삼성전자가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지만 방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그룹과 이 회장의 말 한마디는 우리 경제·기업이 처한 현실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 회장은 2일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그룹 신년하례식에서 위기와 혁신을 설파했다. 하례식에는 그룹 회장·사장단과 임원 1800여명이 참석했다. 사내매체인 미디어삼성을 통해 전 세계 임직원에게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 4개 국어로 생중계됐다.
이 회장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선두 사업은 끊임없이 추격 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다”며 “지난 20년간 양에서 질로 대전환을 이뤘듯이 이제 질을 넘어 제품·서비스·사업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 나가자”고 밝혔다. 이어 “신경영 20년간 글로벌 1등이 된 사업도 있고, 제자리걸음인 사업도 있다”면서 “5년 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리자”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글로벌 기업과 사활을 걸고 경쟁해야 했으며 특허전쟁에 시달려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불황기일수록 기회는 많다. 남보다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시장을 만들어 내자.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산업·기술의 융·복합화로 신사업을 개척하자”고 말했다.
특히 이 회장은 시장·기술의 한계를 돌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 흐름을 선도하는 사업구조의 혁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기술 혁신, 글로벌 경영체제를 완성하는 시스템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하라고 주문했다. 임직원을 향해서는 “자유롭게 상상하고 마음껏 도전하라”고 했다.
이 회장은 “협력회사는 소중한 동반자”라며 “모든 협력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년하례식을 마치고 나온 이 회장은 기자들이 올해 투자계획을 묻자 “많이요”라고 짧게 답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