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3조대 규모 자구안 중장기적 관점서 부정적 영향” 한국신용평가 보고서

입력 2014-01-03 02:36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시한 자구안이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심지어 증권업계에서는 자구안 핵심인 현대증권 매각이 쉽사리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현대그룹 자구안에 대한 당사의 견해’ 보고서에서 “이번 자구안 발표가 그룹의 선결 과제임을 명확히 한 점과 그룹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한 점에는 의의가 있다”면서도 “핵심 자산이자 수익 창출원인 항만터미널·벌크전용선 부문 매각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신평은 또 “구조조정 성과와 시기·효과를 예단하기 이르다”며 “해운 업황도 불투명해 현대상선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현대그룹은 지난달 22일 현대증권·현대자산운용·현대저축은행 등 금융3사와 현대상선의 일부 사업 부문을 매각해 총 3조3000억원을 마련하는 자구안을 발표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채권단의 요구안을 대부분 충족했다는 긍정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신평은 이번 자구안이 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봤다. 최근 외국의 경쟁 대형 선사들의 원가경쟁력과 시장지배력 등을 보면 영업실적이 회복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자금 마련의 핵심인 현대증권 매각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한신평은 “현대증권의 자회사인 현대저축은행의 순자산이 장부가보다 적고 적자를 내는 점과 현대상선이 계상한 현대증권 주식 장부가액(6293억원)이 시장가격(3110억원) 대비 크게 높은 점 등을 보면 매각 금액과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증권업계에서도 감지된다. NH농협금융의 인수가 결정된 우리투자증권뿐 아니라 KDB대우증권, 동양증권 등 걸출한 경쟁자들이 많아 매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매각이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채권단에 보여주기 위한 수준에 그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사전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자구계획을 충분히 협의해 내놓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