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 입찰 담합… 21개 건설사에 1322억 과징금
입력 2014-01-03 02:36
건설사들이 4대강 담합과 비슷한 수법으로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 입찰 담합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호선 공사 입찰에서 담합을 통해 16개 구간 중 15개 구간을 나눠먹기 식으로 입찰에 참여한 21개 건설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322억원을 부과했다고 2일 밝혔다. 또 공사를 낙찰받은 15개사 법인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했다.
인천 지하철 입찰 담합은 건설사들이 4대강 공사 입찰 담합으로 한몫 챙기던 2009년 이뤄졌다. 수법도 4대강 담합과 비슷한 들러리 설계 방식이 이용됐다.
사전에 들러리를 서기로 합의된 건설사가 일부러 품질이 낮은 설계서를 제출해 사전에 결정된 낙찰 건설사를 밀어주는 방식이다.
‘건설 모피아’란 이름에 걸맞게 서열에 따라 담합도 이뤄졌다. 우선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 8개 건설사가 15개 공구 중 8개 공구를 선점했다. 이 중 5개 공구는 대형사 5곳이 저마다 한 곳씩 다른 대형 건설사의 들러리를 서주는 방식으로 출혈경쟁을 피했다. 203공구를 낙찰 받은 현대산업개발이 GS건설(205공구)의 들러리를 섰고, GS건설은 현대건설(211공구), 현대건설은 대우건설(207공구), 대우건설은 SK건설(209공구), SK건설은 다시 현대산업개발을 도와주는 식이었다. 3개 공구 입찰에는 3개 중·소형사를 들러리로 세웠다.
이어 롯데건설, 태영건설 등 중견 7개 건설사는 나머지 7개 공구를 같은 수법을 이용해 낙찰을 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낙찰받지 못한 소형 6개사가 들러리만 서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낙찰된 건설사로부터 모종의 대가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담합 결과로 입찰에는 공구마다 각각 2개 건설사만이 참여했고 공구별 낙찰자가 중복되는 일도 나타나지 않았다. 예산금액 대비 낙찰금액은 평균 97.56%에 달했다.
공정위는 조사 중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일부 자료를 삭제한 포스코건설에는 조사방해에 따른 과태료 1억45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번 처벌로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들러리 담합관행을 시정했다”며 “앞으로도 정부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공공입찰담합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지하철 2호선은 인천대공원과 서구 오류동을 잇는 총연장 29.3㎞의 노선으로, 총사업비는 2조1600억원에 달한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