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깊어지자 ‘불법 호객’… 변호사-브로커, 개인회생 수임 ‘검은 결탁’

입력 2014-01-03 02:42

브로커와 결탁해 빚더미에 올라앉은 서민들의 개인정보를 불법 취득한 뒤 개인회생사건을 수임한 법조인들이 무더기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조재연)는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해 개인회생 신청인을 모집한 뒤 변호사나 법무사 등에게 판매한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로 박모(41)씨 등 브로커 4명과 사건을 알선 받은 변호사 사무장 왕모(56)씨 등 2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이모(39) 변호사와 신모(33) 법무사, 다른 브로커 4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박씨 등은 중국인 개인정보 브로커로부터 건당 0.5원씩 주고 전화번호와 주민번호만 기재된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일명 ‘막DB’)를 구입한 뒤 개인회생 신청자를 모집했다.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을 동원해 ‘오토콜’ 방식으로 하루 20만∼30만건씩 개인회생 문자를 보내고, 응답이 오면 ‘빚을 탕감해 줄 수 있다’고 상담해 관련 정보를 변호사나 법무사에 넘기는 식이다.

브로커들은 개인회생 희망자의 개인정보만 따로 분류한 뒤 계약을 맺은 변호사 등만 볼 수 있는 비밀 사이트에 올려 정보를 공유했다. 콜센터 직원들은 변호사 사무실 직원인 것처럼 상담하기 위해 매뉴얼도 교육받았다.

변호사나 법무사가 사건을 수임하면 브로커들은 수수료 명목으로 건당 45만∼65만원을 챙겼다. 변호사는 수임료로 160만∼180만원, 법무사는 120만∼14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3∼10월 417건의 개인회생사건을 수임해 5억6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신 법무사도 2011년 11월부터 지난 9월까지 7억4000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변호사들은 형편이 어려운 개인회생 신청자에게 캐피털이나 대출 중개업체를 소개시켜 준 뒤 대출금을 수임료로 받았고, 세금 탈루를 위해 차명계좌까지 이용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로스쿨제도 도입 등으로 법조인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법조시장이 불황을 겪게 돼 일부 법조인들이 탈법적인 방법으로 개인회생사건을 수임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사건은 2010년 4만6000여건에서 지난해 10만여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