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치안 뒷전 사고 연발… 느슨해진 경찰 왜?
입력 2014-01-03 02:42
경기도 파주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B 경사(41)는 지난달 27일부터 무단결근 중이다. 그날 오전 출근한다며 집을 나선 뒤 사라졌다. 경찰은 가족들로부터 가출신고를 접수해 차량을 수배하는 등 행방을 찾고 있다. 카드 빚 때문에 집을 나간 것으로 보고 B 경사를 찾는 대로 징계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하루 전인 26일 파주의 다른 파출소에서는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서로 호송되던 명모(56)씨가 순찰차 안에서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휘발유 병을 꺼내 휘발유를 들이켰다. 폭행 혐의자를 호송하며 수갑을 채우지 않았던 탓이다. 명씨는 경찰서 대신 병원으로 옮겨졌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연시를 맞아 민생 치안을 담당해야 할 경찰 내부에서 잇따른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경무관·총경 등 경찰 관리자급 인사가 예년보다 늦어지면서 관리 소홀로 내부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23일 오후 7시40분 서울 강동구 천중로 부근 한적한 주택가에 총성이 한 발 울렸다.
저녁식사 시간에 난데없이 울린 총소리에 주민들은 깜짝 놀랐다. 큰 사고가 벌어진 줄 알았지만 다행히 인근 천호지구대에서 공포탄이 발사된 거였다. 5년 경력의 A 순경은 근무 교대 중 38구경 권총의 실린더(원형 탄알집)를 확인하다 오발 사고를 냈다. 권총 점검 때는 방아쇠를 당긴 상태에서 노리쇠를 붙잡고 천천히 전진시켜야 하는데 그냥 놓아버린 결과였다.
지구대 근무자에게 지급되는 총알은 공포탄 1발과 실탄 4발이다. 38구경 권총 실린더에는 탄환 6발이 들어간다. 1발은 비워 놓고 공포탄부터 차례로 장전한다. 공포탄 발사 후 한 번만 더 방아쇠를 당겼다면 실탄이 나갈 수도 있었다. 지구대 관계자는 “단순 실수였고 다친 사람도 없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1년에 5∼6차례 관련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해당 순경은 강동경찰서장으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지난달 31일에는 전남 함평군 파출소에서 절도 피의자 김모(27)씨가 수갑을 풀고 달아났다. 김씨가 “손이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자 경찰관이 오른손에 걸친 한쪽 수갑을 1㎝쯤 느슨하게 풀어준 틈을 타 도주했다가 하루 만에 붙잡혔다.
일선 경찰서에서는 “경무관 승진 대상자인 서장이 인사가 늦어지자 아예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거나 “서장급인 총경 승진 대상자들끼리 서로 말도 하지 않아 업무 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과별로 공조가 필요한 수사도 승진 경쟁자인 형사·수사과장 간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에 협조가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단행됐어야 할 경무관 인사는 한 달가량 늦은 3일, 총경 인사는 7일쯤 이뤄질 전망이다.
박세환 전수민 박요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