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공무원 물갈이 예고] 일괄사표 說·說·說… “동요 커지기 전 전격단행” 주문도
입력 2014-01-03 01:50
술렁이는 관가 표정과 파장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1급 공무원의 물갈이를 기정사실화했지만 대부분 중앙부처는 ‘설마 우리 부처는 아니겠지’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일부 사회부처의 일괄사표 제출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떠돌았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부처는 없었다. 고위공무원들은 언제든 짐을 쌀 준비가 돼 있다며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으나 초조함마저 감출 수는 없었다.
◇사회부처 사표 받았다더라=2일 정부세종청사 등 관가에는 “사회부처 한 곳에서 국·실장급 간부 전원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를 두고 공무원들은 “철도파업 사태에 대한 초기 대응에 미흡했던 국토교통부 또는 고용노동부가 불똥을 맞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해당 부처에선 이날 오후까지 사표 제출 요구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나간 분들이 많아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괄사표 같은 대규모 움직임은 없지만 내부 승진에 따라 1∼2명 정도는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다. 통상적인 인사 폭 정도를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국무총리실 1급 공무원 10명의 일괄사표 제출이 철도파업과 무관치 않다는 이야기가 있어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철도파업과 관련해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당초 목표는 달성했지만 역대 최장 파업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만큼 이에 대한 문책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노사정 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론이 일고 있는 노동부도 조용하긴 마찬가지다. 1급 공무원들에 대한 일괄사표 제출 요구는 없었다. 노동부 관계자는 “1급이라는 자리가 반쯤은 정무직이기 때문에 언제든 윗선의 판단에 따라 옷 벗을 각오를 하고 있는 자리”라며 “다만 인사를 내려면 공직사회의 동요가 커지기 전에 전격적으로 단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까지 사의를 표명한 1급 공무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곧 불어닥칠지 모를 인사에 신경을 곤두세운 분위기다. 산업부는 지난해 원전 비리와 전력난, 밀양 송전탑 갈등 등 사회적 논란이 된 여러 일을 겪어 인사 요인이 큰 곳으로 분류된다. 그렇지만 내부적으로는 “원전 비리는 현재 1급이 일을 맡기 전 벌어진 일이고, 밀양 송전탑 갈등은 그 정도면 잘 해결해낸 것 아니냐”는 자평을 하고 있다. 또 현재 1급 대부분이 1, 2년차여서 전격 교체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통상 분야는 현재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많다. 다만 전 부처 차원에서 1급 상당수가 옷을 벗는다면 여파를 피해가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나는 아니겠지’…강 건너 불구경=대부분 부처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1급 공무원에 대한 사표 요구는 없었다”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급 물갈이설에 대해 내부적인 동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 창조경제 정책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정책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래부로서는 외부의 평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제 창조경제와 관련된 정책의 성과가 나와야 하는 시기”라면서 “총리실 고위 공직자들이 어떤 이유로 일괄 사표를 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미래부에서 그런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문형표 장관 취임 한 달을 맞은 보건복지부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장관직이 위태로운 다른 부처와 달리 장관 교체에 따른 대규모 도미노 인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채워 넣어야 할 빈 자리도 많지 않다. 현재 1급 중 공석은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장 한곳뿐이다. 다만 신임 장관이 취임 후 인사를 한 적이 없는 데다 전임 진영 장관이 7개월간 간부급 인사를 미뤄둔 상태여서 내부적으로는 대대적인 내부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해양수산부는 신생 부처로 본부 내 1급이 3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들이 직책을 맡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상태여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기류가 강하다. 해수부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후 출발한 신생 부처 입장에서 1급들이 바뀔 시기가 되지 않았고,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선정수 김현길 권기석 임세정 이영미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