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한국교회 2014] ② 선교
입력 2014-01-03 02:27
‘130년의 힘’ 세계 선교의 질적 성장 원년돼야
한국교회가 알렌 선교사 입국 130주년을 맞으면서 교회의 책임과 사명을 회복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런 가운데 선교계 역시 올해를 질적 성장과 변혁을 위한 원년으로 삼았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한정국 사무총장은 2일 “선교계는 한국교회를 위한 희망의 불씨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WM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169개국에 파송된 한국 선교사들은 지난해보다 1000여명 증가한 2만5700명에 이른다. 하지만 선교계 안팎에서는 언제까지 숫적인 증가에만 도취돼있을 것이냐는 회의론이 많다. 해외 선교사 파송 101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교회가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차원에서의 변화가 더 시급하다는 인식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선교사 파송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전략과 정책을 배제한 채 파송단체나 교단의 이해관계, 경쟁 구도 속에서 선교사를 보낸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중복투자와 선교사 쏠림 현상 등은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왔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선교사 2만4000여명을 파송하고도 절반 이상이 10개 국가에 쏠려있는 편중 현상을 보였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는 미전도지역을 향한 관심과 파송 노력이 요청된다. 한 사무총장은 “선교사와 교회가 없는 ‘프런티어’ 지역으로 선교사가 전진 배치되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며 “선교사들은 언제라도 자신이 재배치되는 것에 유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표적 미전도지역은 이슬람권과 서부아프리카 불어권 지역 등이다.
선교사 개인 변화도 요청된다. 백석대 장훈태(기독교학부) 교수는 “선교사 윤리와 도덕, 신앙은 완전히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선교전략을 습득하는 것 이상으로 개인적 회개와 결단은 중요하며 이러한 변화를 통해 영적 생명력이 현지에 전달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교회와의 협력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미국과 함께 G2 국가로 부상했다. 교회도 성장을 거듭해 선교 대상국에서 선교사 파송국이 됐다. 이에 따라 선교계에서는 한국교회와 중국교회가 협력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신학과 교회를 발전시키고 세계선교의 현장에 파송된 중국 선교사를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한국교회가 감당하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삼자교회와 가정교회를 뛰어넘는 관계성과 중국이 지향하는 정치적 변화를 감지해 이에 대비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은 최근 아프리카에 적극 진출하면서 화교를 중심으로 현지 교회가 세워지고 이를 기반으로 선교하는 교회로 확장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 사회 변화에 따른 시니어 선교사와 전문인 선교도 꾸준히 확산될 전망이다. 선교계에 따르면 한국교회의 단기선교는 청년, 학생들의 참가는 감소한 반면 은퇴한 세대의 선교 참여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장기 선교사 역시 30대 이하는 줄고 40대 이상은 증가세에 있다. 이에 따라 시니어 선교 자원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금은 기존 선교사의 보조역할에 국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그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문인 선교는 더욱 관심을 받을 예정이다. 이슬람권과 힌두권, 불교권 등은 더 이상 목사 선교사의 진입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입국하더라도 장기 체류가 어려운 실정이다. 또 대부분 국가에 교회가 세워지면서 교회 개척 선교는 자취를 감추고 있어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현지에 정착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시니어 선교 자원 중에 전문인이 많다는 점에서 전문인 선교는 은퇴 세대의 강점으로 꼽힌다.
올해는 아프간 피랍 7주년을 맞는다. 선교사에 대한 위기관리와 멤버케어 시스템 구축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한국위기관리재단 김진대 사무총장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위기의 특성상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며 “교회와 선교단체들은 위기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