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이상 된 한국교회 925개…한국교회역사연구실 통계
입력 2014-01-02 17:46
미국 북장로교 제임스 아담스 선교사의 주도로 1898년 4월 현 대구 매호동에 세워진 사월교회(예장합동). 당시 초가삼간의 예배당에서 출발한 이 교회는 116년이 지난 현재 내·외관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예배처소로 자리하고 있다. 사월교회 류진욱 목사는 “100년이 훨씬 넘는 교회 역사 속에서 부모의 신앙이 자녀에게 이어지고, 또 그의 자녀에게 전해져 3~4대가 함께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됐다”고 말했다.
1908년 10월 영국에서 파견된 로버트 호가두 사관 부부는 국내 곳곳에서 구제와 교육활동을 하며 전도를 하다가 1913년 10월 충남태안에 구세군교회를 세웠다. 현재 구세군 태안교회를 맡고 있는 이단주 사관은 “우리교회는 100여 년 동안 시대의 절망 속에서 가난과 질병 무지함으로 헤매던 지역 주민들을 위한 구제 사역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복음을 전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해 온 교회가 국내에 900곳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교회역사연구실이 2일 발표한 ‘100년 이상 된 한국교회 자료집’에 따르면 예장 통합 319곳, 예장 합동 232곳, 기감 223곳, 기장 98곳 등 국내 9개 교단 소속 925곳의 교회가 설립 된 지 100년이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회역사연구실 황혜연(인천 세광교회) 목사는 “1883년 5월 16일 황해도 장연군 송천리에 우리 민족 최초의 자생 교회인 소래교회가 세워지고, 1884년 알렌선교사가 입국하면서 공식적으로 복음이 전해 진 후 30년동안 조선에 2000개 이상의 교회가 세워졌다”며 “이는 세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했다.
황 목사는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925곳의 교회는 전국에 고루 분포돼 있는데 이는 초기 선교사들이 연합공의회를 조직하고, 선교 지역을 나눠 사역했기 때문”이라며 “북감리교회는 강화도를 포함한 인천, 남감리교회는 개성 등 경기북부, 북장로교회와 호주 장로교회는 영남, 남장로교회는 호남을 거점으로 하고, 서울은 공동선교구역으로 정해 교회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감신대 이덕주(교회사) 교수는 “당시 교회가 급증한 것은 무엇보다 1903년부터 1907년까지 원산과 평양 등에서 일어난 초기 부흥운동을 통해 국민들이 기독교의 근본신앙을 깨닫고, 윤리적 갱신과 회개운동을 펼쳐 ‘십자가를 지는 기독교인’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907년 평양 장대현 교회에서 일어난 영적 대부흥운동의 결과로 1908년에만 전국에 1186곳의 교회가 설립됐다. 이 교수는 또 “구한말 시국이 불안한 가운데 교회가 정서적 피난처와 근대화의 매개체 역할을 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박명수 서울신대 교수는 “앞으로 한국교회가 또 다른 100년, 그 이상을 또 버텨 내기 위해서는 부와 명예, 권력에 집착하는 모습을 버리고, 믿음의 선조들이 보여 준 것처럼 예수로만 만족하는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