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사극 나들이 조재현… “새 국가 조선 기획한 정도전 기대하세요”

입력 2014-01-03 02:37


역사 왜곡 논란과 판타지·퓨전 사극 홍수 속에서 ‘정통 사극’을 표방한 역사드라마 ‘정도전’이 안방극장을 찾는다. 14세기 후반 혼란스러웠던 고려 사회에서 새로운 국가 조선을 기획·설계하고 직접 부딪히며 실천해 나간 지장(智將) 정도전(1342∼1398)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다. 정도전 역은 배우 조재현(48)이 맡았다.

2일 서울 영등포구 63로에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KBS ‘찬란한 여명’(1995)에서 고종 연기를 한 후 19년 만의 첫 사극”이라며 “그때 그 연습실에 앉아서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감동스럽다”고 참여하는 소감을 밝혔다. 정도전과 함께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 역에는 배우 유동근(57)이, 고려 말 무신 최영 장군 역에는 서인석(63)이 출연해 명품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임호(43)가 정몽주 역을, 안재모(34)가 이방원 역으로 유동근과 부자(父子)로서 호흡을 맞추는 등 사극 전문 배우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고려 말 사상가인 정도전은 시골 향리 가문 출신으로 관료가 돼 주류 세계에 잠시 발을 디뎠지만 참담하게 패배하고 유배를 당하면서 백성들의 목소리를 닮은 ‘이상사회의 비전’을 품는다. 드라마는 정도전과 만주·반도를 넘나들던 경계인 이성계가 힘을 합쳐 최초의 이념국가 ‘조선’을 건국하고 권력의 정점에 선 정도전이 이방원에 의해 죽음을 맞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용의 눈물’(1996)에서 이방원 역을 연기했던 유동근은 “이방원의 아버지 이성계 역을 맡게 돼 캐스팅 당시부터 감회가 남달랐다”며 “세월이 흐른 것을 실감했고 당시 이성계를 연기한 고(故) 김무생 선생님의 연기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고 말했다. 또 “백성들의 눈물로 세워진 조선의 건국사에 대해 소명의식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정도전’은 지난해 6월 종영한 대하드라마 ‘대왕의 꿈’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찾아 온 정통 사극. 정현민 작가는 “난세였던 그 시대엔 훌륭한 사람들이 많았다. 어려운 시간이 사람을 만들기 때문”이라며 “고려를 지키려했던 정도전의 작은 꿈을 보면서 시청자들도 꿈을 꾸면 좋겠고 정치인들에게도 교훈이 됐으면 한다”고 작품의도를 설명했다.

강병택 PD는 “기존 사극이 왕이나 장수를 영웅으로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실천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그리는 정치사극”이라며 “2014년 우리에게 필요한 화두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청률과 재미를 넘어선 ‘정통 사극’으로써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며 “‘KBS만이 할 수 있는 드라마’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