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벽두부터 워싱턴서 韓·日 외교전
입력 2014-01-03 01:51
새해 벽두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한·일 외교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워싱턴을 방문하는 데 이어 ‘아베 신조 총리의 외교책사’로 불리는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 내정자도 이달 방미할 예정이다.
물론 양측 모두 동맹·안보현안을 주된 의제로 삼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힘겨루기가 전개될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시각이다.
윤 장관의 방미는 오래전부터 조율돼 온 일정이라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미국 내 대일 비판기류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어서 일본의 ‘퇴행적’ 역사 인식 문제가 주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1일(현지시간) “미국이 지금처럼 일본에 대한 비판기류가 강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민주주의와 자유, 평등 등 인류보편적 가치를 동맹의 초석으로 삼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용인하기 어려운 행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치 내정자의 방미는 ‘일본판 NSC(국가안보회의)’의 사무국인 국가안보국 초대 국장 자격으로 워싱턴에 취임인사를 하는 형식이다. 양국 NSC 간 협력관계를 확인하고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 등 안보현안이 주된 의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방미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강한 불쾌감을 보이는 미국을 어떤 식으로든 달래보려는 의미가 보다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일본이 진심으로 과거사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려면 일본 정부 지도부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대신 다른 추도시설에 참배하는 방법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데이비드 필링 아시아 담당 편집장은 이날 ‘아베 총리가 사과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야스쿠니를 피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때 국외에서 사망한 무명 군인과 민간인의 유골이 안치된 도쿄 지도리카후치(千鳥ケ淵) 전몰자 묘원을 대안으로 거론했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대응에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2일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윤 장관이 지난달 31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가진 전화 회담과 관련한 한국 외교부 발표문에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언급이 없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지지(時事)통신도 중국 외교부가 이번 전화 회담에서 두 장관이 아베 총리의 참배를 엄정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발표한 데 비해 한국 측은 야스쿠니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