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내주쯤 이산가족 상봉 제의 가능성 높다”

입력 2014-01-03 02:5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대남관계 개선을 언급함에 따라 지난해 9월 무산된 이산가족 상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인도적 조치인 이산가족 상봉이 필수적이고, 이달 말 민족 명절인 설을 앞둔 상황 등 시점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이를 대비해 대책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다음주쯤 상봉 제안 가능성=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일 김 제1비서 신년사에 대해 “가장 큰 특징은 레토릭(선전·선동적 수사)이 강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차분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신년사가 실무적이었다”며 “실질적으로 일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설을 앞두고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르면 다음주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포함한 대남 메시지를 내보낼 것으로 보인다”면서 “통일부도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일연구원도 ‘2014 연례 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인도적 지원 등을 매개로 한 실무 수준의 당국 간 대화는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함께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도 같이 열자는 제안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제1비서가 심혈을 기울인 마식령스키장이 지난달 31일 개장된 만큼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선 금강산 관광 재개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할 경우 우리 정부는 이에 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9월 이산가족 생사확인 회보서까지 교환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실무 문제만 해결되면 설 상봉에도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다.

◇위상 높아진 박봉주=김 제1비서는 신년사에서 대남관계 개선뿐 아니라 농업과 건설, 과학기술을 강조했다. 이와 맞물려 최근 북한에선 경제를 관장하는 박봉주 내각 총리의 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김 제1비서의 금수산태양궁전 사진을 살펴보면 김 제1비서 부부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 총리만 다른 간부들보다 한 발 앞에 서 있다. 이런 모습은 장성택 숙청 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12월 17일)와 김 제1비서 최고사령관 추대 기념일 및 금수산태양궁전 참배(12월 24일) 당시 김 제1비서만이 다른 간부들보다 한발 앞섰던 모습과 비교된다.

경제를 진두지휘하는 내각 수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북한은 장성택 숙청 후 내각 기능을 부쩍 강조하고 박 총리의 외부 활동도 강화됐다. 특히 지난달 28일에는 박 총리가 주재하는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농업부문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박 총리는 지난달 27일부터 장성택 처형 이후 단독 경제시찰을 재개하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도 벌이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