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화풀이 ‘징계·해임안’ 더는 안된다… 국회, 새해엔 바꿔보자

입력 2014-01-03 02:35

여야가 서로를 향해 ‘화풀이’성으로 쏟아낸 징계안이 지난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관은 물론 국회의장에 대한 해임·사퇴 촉구 결의안도 무분별하게 이어졌다. 타협과 양보가 사라진 여야 관계의 민낯이었다. 새 정부 2년차를 맞은 새해부터는 이런 막무가내 정치문화가 재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의원 징계안 4배 급증=2일 국회의안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2012년 6건에 불과했던 국회의원 징계안은 지난해 24건으로 급증했다.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징계안을 제외하면 대부분 막말이 징계안 제출 사유였다.

여당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 비판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10일 대선 불복을 선언한 민주당 장하나 의원에 대한 제명을 요구하는 징계안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애초 징계안에 적시한 내용이 오류로 드러나자 부랴부랴 철회하고, 이틀 만에 다시 제출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말라(민주당 양승조 의원)”, “귀태의 후손(홍익표 의원)” 등 발언에 대해서도 징계안이 제출됐다.

야당도 뒤지지 않았다. 민주당 배재정 의원은 지난해 3월 본회의 5분발언 도중 “낯 두꺼워요” 등으로 야유한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에 대해 징계안을 냈다. 통합진보당도 같은 달 “우리 국회 안에 김정은과 북한을 공공연히 두둔하고 있는 세력이 있다”고 발언한 김 의원에 대해 징계안을 제출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에 대해선 막말·모욕 등의 이유로 징계안이 3건이나 올라온 상황이다.

그러나 실제 징계로 이어지는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윤리특위 관계자는 “19대 국회에서는 특별위원회를 통과한 것은 한 건도 없고 징계심사소위 통과가 3건뿐”이라고 전했다. 윤리특위가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징계심사소위, 전체회의를 거쳐야 하는 데다 의결을 위해선 재적위원 과반 참석, 출석위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쏟아진 해임건의·해임촉구 결의안=민주당은 지난해 11월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무단 공개를 이유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 대해선 대선개입 등을 이유로 각각 해임촉구결의안을 냈다. 같은 날 국무위원인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냈지만 기한 경과로 자동 폐기되기도 했다. 여기에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 대해서도 역사 교과서 문제로 해임건의안을 발의키로 지난달 26일 결정했다.

민주당은 급기야 지난달 2일에는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해 처리했다는 이유로 강창희 국회의장에 대해 사퇴촉구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허를 찔린’ 뒤 면피성 결의안을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국회 통과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징계안·해임건의안 남발은 화풀이, 감정적 정치의 전형으로 극소수 지지자를 제외한 누구로부터도 박수받지 못한다”며 “정치가 합리적인 갈등 조정이라는 원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