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뉴욕시장 ‘진보정책 실험’ 시작

입력 2014-01-03 01:33

빌 더블라지오 신임 뉴욕시장이 1일(현지시간) 맨해튼 뉴욕시청 계단에서 공식 취임선서를 하고 4년 임기를 시작했다. 더블라지오 취임이 한 거대 도시의 시장 교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은 행사장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우선 새 시장의 선서를 받은 이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참석했다. 선서에 사용된 성경이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한때 사용했던 것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루스벨트는 미국 진보주의의 초석을 놓은 대통령으로 꼽힌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취임식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뉴욕을 위협하는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을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 진보세력의 이목이 더블라지오의 뉴욕시정(市政)에 쏠리고 있다면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적 색채가 있는 진보 정책들이 미국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실험’되기는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더블라지오는 부자 증세와 서민 지원, 대기업에 대한 세금 혜택 폐지 및 중소기업 세제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선 이후에도 뉴욕시 공공사업장 취업자들에 대한 임금 인상, 근로자 병가 확대법안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새로운 정책 의제로 내세우는 소득불평등 문제도 더블라지오 시장이 내세우는 진보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상위 1%를 상징하는 월가의 반발 속에서 불평등 해소 정책이 성공한다면 올해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부지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더블라지오 시장은 많은 진보적 정책들을 실행하고 그 장점을 증명할 호기를 맞았다”면서 “진보세력들은 그의 성공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부부가 취임식에서 주요 역할을 한 것도 단순한 개인적 친분관계만을 고려한 게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새 뉴욕시장 취임식 기사에 클린턴가(家)와 더블라오 시장의 ‘정치적 결혼’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