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용 마리화나 팝니다”… 마약 권하는 미국

입력 2014-01-03 01:33

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외곽 산업지구. 100여명이 영하의 추위에 눈까지 맞으며 커다란 상점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사정을 모른다면 특별 할인 행사가 열리느냐고 물을 법한 광경이었다. 이들이 사려고 기다리는 건 가전제품이나 식료품이 아니라 마리화나(대마초)다.

콜로라도주는 이날부터 기호용 마리화나 판매를 시작했다. 21세 이상이면 술과 담배처럼 기분전환용으로 마리화나를 살 수 있다. 의료와 무관한 마리화나를 합법적으로 팔기는 미국에서 처음이다. 마리화나 찬성론자들은 이날을 ‘그린 웬즈데이’(녹색 수요일)라고 명명했다.

미국 사상 첫 기호용 마리화나 구매자는 전직 해병 션 아자리티였다. 그는 오전 8시 개점한 덴버의 대형 상점 ‘3D 캐너비스 센터’에서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마리화나 3.5g과 초콜릿 과자를 샀다. 마리화나는 40달러(약 4만2000원)어치였다. 콜로라도 주민은 마리화나를 한번에 최대 1온스(28.3g)까지 살 수 있다. 다른 지역 주민은 4분의 1온스로 제한된다.

이라크전 참전 장병인 아자리티는 CNN방송 등에 자신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으면서도 증상 완화용 마리화나를 합법적으로 살 수 없었다며 “(오늘의 구매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호용 마리화나 판매는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고 주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마리화나 합법화를 주장해 온 사람들은 전날 밤 ‘금지는 끝났다’는 구호로 카운트다운 파티를 열었다. 콜로라도주 대마초 구매를 앞세운 관광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이 지역 마리화나 상점에 몰려온 사람 중에는 기호용 마리화나가 여전히 불법인 다른 지역 주민도 있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콜로라도주는 2012년 11월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수정안 64조를 발효한 건 2012년 12월이다. 앞서 11월 미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치른 주민투표에서 가결된 내용이었다. 함께 기호용 마리화나를 허용키로 한 워싱턴주는 늦은 봄부터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메인주 포틀랜드, 미시간주 랜싱·페른데일·잭슨 등도 지난해 11월 기호용 마리화나를 허용키로 했다. 연방법은 마리화나를 불법 마약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연방정부는 이들 지역 결정을 존중해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가 중독자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콜로라도대학병원 중독치료센터 관계자는 “불에다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기호용 마리화나 시장이 열리면서 의료용 마리화나 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물량이 달리면 당장 필요한 환자에게 마리화나를 제때 공급할 수 없고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기호용 마리화나가 암거래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합법적으로 살 수 있게 된 만큼 마리화나 중독에 취약한 청소년의 손에 들어갈 여지가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