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올 ‘건강 독재國’에 대한 항변… 율리 체 소설 ‘어떤 소송’

입력 2014-01-03 01:28


2013년 토마스 만 상을 수상한 독일 작가 율리 체(40·사진)의 소설 ‘어떤 소송’(민음사)은 미래의 건강지상주의 체제를 배경으로, 남동생의 비극적인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아가는 누나 미아 홀의 이야기를 그린다. 건강이 최우선 가치이자 법인 21세기 중반, 생물학자인 미아는 반체제적이고 자유를 사랑하던 남동생 모리츠가 한 여자의 살인사건에 휘말려 누명을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자 슬픔에 빠져 운동과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다 법정에 소환된다.

미아는 그날그날의 영양 섭취와 수면 시간, 운동량 등을 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건강 독재체제의 입장에서는 반항자이다. 무오류성을 자부하는 이 체제는 스스로를 ‘방법’이라고 부른다. 이 호칭 자체에서 자기들의 방식이 유일하게 좋은 궁극의 사회질서라는, 체제의 독선적 자기인식이 드러난다. 겉으로는 청결과 안전을 내세우지만 반대자를 탄압하기 위해서라면 고문 같은 낡은 수단도 가리지 않는 이 체제의 맨얼굴은 섬뜩하기 그지없다. 미아는 이렇게 항변한다.

“나는 스스로를 면역학적 최적화 과정의 산물로 여기는 사랑에 대한 믿음을 철회한다. 나는 나무 위에 지은 집을 ‘다칠 위험’이라고 부르고 반려동물을 ‘전염위험’이라 부르는 부모들에 대한 믿음을 철회한다. 나는 무엇이 내게 좋은지 나 자신보다 더 잘 아는 국가에 대한 믿음을 철회한다.”(186쪽) 이렇듯 분노에 차 미래사회의 모순과 불합리성을 고발하는 미아의 목소리는 ‘국가와 체제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여전히 자유와 인권이 침해되는 오늘날 현실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율리 체는 독일에서 ‘행동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9·11사태 이후 생물학적 정보를 담은 여권이 2008년 독일에 도입되자 개인의 기본권과 배치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하기도 했고 2013년엔 미국정보기관의 외국정상 도청사건과 관련, 독일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항의서한을 보내고 총리관저로 행진하기도 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잠들지 않은 비판적 의식이 민주주의의 토대라고 믿는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소설은 그의 이러한 신념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