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그래도 살아간다

입력 2014-01-03 01:29


요한복음 21장 3∼13절

새해가 왔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최근 젊은이들은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표현을 쓴 글들을 써서 나누고 있습니다. 내용의 문제를 떠나서, 젊은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희망적인 일입니다. 힘겨웠던 역사의 흔적으로 남은 슬픈 인사말의 깊은 의미를 묻고 있는 젊은이들의 목소리는 작지만 힘찹니다. 그것은 살아있느냐는 질문입니다. 당신이 살아있다면 우리는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외침입니다.

본문은 절망 가운데서도 계속돼야 할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이후 제자들은 실의에 빠져 살았습니다. 희망을 잃어버린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갔고 예수를 알기 이전의 일터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밤새 헛그물질만 했습니다. 그들의 잔뼈가 굵은 고향 호수입니다. 평생을 배운 물질입니다. 삶의 터전으로 돌아갔으나 그들은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마음의 혼돈은 삶을 흔들어 버리는 법입니다. 고기를 잡기 위해 배를 타고 호수로 나온 것인지, 그저 모든 것을 잊기 위해 하릴없이 그물을 내리고 있는 것인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밤새도록 제자들은 그물을 내렸다가 다시 끌어올리는 일만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주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잡으리라.” 그 말씀을 따르자 그물이 찢어지게 고기가 잡혔습니다. 그들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생기가 차올랐습니다. 그제야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게 해주신 이를 바라봤습니다. 주님이십니다. 그분께 한걸음에 달려온 제자들에게 주님은 미리 준비하신 떡과 생선을 주셨습니다.

‘먹어라. 힘을 얻어라. 그리고 다시 살아가거라.’ 그렇습니다. 절망 속에서도 우리는 계속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 삶은 그냥 이어지는 삶이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의 삶은 하나님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기에 때론 힘들고 괴로운 일들을 만나게 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거나 자기비하를 해선 안 됩니다.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하나님께서 당신을 부르고 있기 때문에 당신은 가치 있는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세상 밖으로 부르시지 않고 삶의 현장 속으로 들어오게 하시는 분입니다. 그분은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셔서 우리의 고통을 목격하시고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우리를 부르시는 것입니다. “고기를 좀 잡았느냐?”고 그분은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네 삶의 목적이 무엇이냐, 얻으려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힘들지만 삶을 이어갈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먼 곳이 아닙니다. 절망과 희망은 배의 왼편과 오른편처럼 가까이에 있는 것입니다.

그분의 음성에 귀 기울여야 할 시간입니다. 새해에도 우리 삶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저 하루하루 이어가는 무의미한 삶이 아니라 희망으로 가득 찬 삶이어야 합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그런 가치 있는 삶으로 인정하셨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새로운 시간과 생명을 허락하신 신비입니다.

이 진리를 붙잡고 믿음으로 힘차게 새해를 시작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이영호 목사 (새분당루터교회)